일본 소프트뱅크에 이어 다수의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재해복구(DR)센터, 데이터센터 등의 이전을 추진한다. 우리나라가 통신망이 발달한 IT강국이면서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3월 대지진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일본 기업들이 지진 안전지대인 우리나라에 데이터센터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대형 식품회사 S&B식품은 최근 데이터센터 이전 검토에 착수했다. 우리나라에 카레를 수출하면서 기업 인지도를 높인 S&B식품은 지난 1923년 설립해 카레와 장류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매출은 약 1200억엔 규모다. 이 회사는 DR시스템을 한국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설립 지역과 협력업체를 정하지 않았지만 한국을 최우선 지역으로 꼽고 있다.
일본의 대형 별정통신사업자도 한국으로 DR센터를 이전하기 위해 지난주 KT 목동IDC를 방문, 실사를 진행했다. 이 회사는 DR센터 이전을 확정한 상태에서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 KT 관계자는 “다음 주에도 또 다른 일본 기업이 데이터센터 이전을 위해 국내 KT IDC를 방문한다”며 “최근 일본 기업들의 관심과 방문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산에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가동한 LG CNS는 일본 SBI금융그룹을 비롯해 인터넷, 제조 기업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유치를 제안하고 있다. 대지진 이후 데이터센터 이전을 검토하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종완 LG CNS 인프라솔루션부문장은 “많은 일본 기업이 데이터센터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는 기업도 있어 연내에 데이터센터를 이전하는 실질적인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약 20억엔을 투자해 KT와 함께 경남 김해시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데이터센터를 김해로 이전한다. 롯데그룹도 대지진 직후 DR센터를 한국의 롯데그룹 데이터센터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이베이코리아도 국내에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호주법인을 지원하는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 이베이코리아는 부산을 데이터센터 건립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다.
‘2011 itSMF & ISACA 코리아 콘퍼런스’에 참석차 지난 6일 방한한 니시노 히로시 일본IT서비스관리포럼(itSMF) 부회장도 “일본에서는 대지진 발생 후 전력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많은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한국으로 이전하려 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전자정부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부르나이도 DR센터를 제3국에 두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나라는 홍수 등이 잦은 반면에 배수 시설이 좋지 못해 제3국에 DR센터를 두려 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