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에 벌써 주판알 튕기는 `론스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한 입찰의향서(LOI) 마감(8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론스타의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으로 현대건설 매각에 따른 특별이익금 중 5000억원 가량을 배당금으로 챙긴 론스타가 하이닉스 매각에 따른 특별이익을 얻게 될 공산이 높아졌다.

 6일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 매각가격이 2조4000억원~3조1000억원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력 입찰자중 한 곳이었던 현대중공업은 공시를 통해 입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메모리반도체 거래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2분기 실적까지 악화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하이닉스 매각가격은 오르기 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이닉스 지분 3.4%를 가진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이번에 가격이 낮더라도 매각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주주협의회 소속 은행 한 관계자는 “LOI가 단독으로 접수되더라도, 접수기간을 연장한 뒤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가격을 높이기보다는 매각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가격을 예측치보다 훨씬 낮은 2조원으로만 잡아도, 외환은행에 돌아갈 특별이익금은 4500억원을 넘는다. 외환은행 지분 51%를 가진 론스타는 유입금을 배당으로 챙겨가든지, 하나금융지주가 깎으려 드는 매각대금의 보전용으로 맘대로 쓸 수 있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하든 론스타로서는 전혀 손해를 안보면서, 현금성 배당을 더 챙기거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론스타는 지금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오는 21일 열릴 론스타의 주가조작사건 파기환송심 2차 공판에서도 론스타는 ‘시간벌기’ 전략을 쓸 공산이 크다. 무죄 입증을 위한 노력을 펼치면서 시간을 끌다가 종국에 유죄 판결이 나면 손을 털고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매각되기까지만 최종 판결이 지연돼도 손해 볼 것이 없는 것이다.

 학계와 금융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론스타를 빨리 떠나게 만드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유죄 판결이든, 대주주 부적격성 등의 결정을 빨리 내려, 외환은행 지분을 강제매각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지금까지 론스타는 한국에서의 투자원금 2조1548억원을 모두 회수하고도 7500억원을 더 벌어들였다”며 “시간끌기를 허용하는 것은 추가이익만 계속 쌓아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선 론스타가 이번에 받은 특별배당금(4968억원)을 달러 교환자금으로 쏟아낼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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