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변을 걷다보면 사람 키 두 배만한 ‘바람개비’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가끔은 대형마트나 지역행사장, 평범한 길거리에서도 눈에 띈다. 이 시설이 바로 소형풍력발전기다. 얼핏 큰 장난감 정도로 보이지만 엄연한 발전시설이다. 도시의 미풍으로 전기를 생산해 가로등을 밝히고 주변 경관도 아름답게 해주는 대표적인 친환경 발전시스템이다.
소형풍력발전기 제조업체를 지원하는 정부의 대표적인 사업이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이다.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주택에 설치하면 설치 기준단가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이 “소형풍력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에너지관리공단은 “보완조치를 통해 올 하반기에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답해 현재는 지원이 끊긴 상태다.
올해의 절반이 지나가지만 아직 사업 재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아직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게 완성되더라도 지식경제부와 감사원의 승인을 거쳐 기업 모집에 들어가야 하는 절차를 생각하면 단기간에 업체들이 사업을 재개하기는 힘들다. 결국 그린홈 사업을 통한 소형풍력발전기 보급은 1년 넘게 ‘올 스톱’ 되는 셈이다.
부실한 제품 보급으로 더 이상 세금을 낭비하지 않게 된 점은 환영할 일이다. 신사업인 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 과정은 ‘통과의례’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소형풍력업체들이 대부분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임을 감안하면 1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오랜 기다림만큼 제대로 된 보완책이 나와야 함은 불문가지다.
정부의 깊은 고민도 이해는 간다. 과거 유지보수가 잘 이뤄지지 않아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소형풍력이 다시 한 번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이대로 버리기에도, 쓰기에도 어설픈 ‘계륵’같은 존재일 것이다.
녹색사회 조성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소형풍력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선택은 하나다. 그린홈 사업 관련 훌륭한 보완책은 물론이고 추가적인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경쟁력이 아직 부족한 신산업의 성패는 정부의 정책에 달려 있다. 풍력을 제2의 조선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다짐이 비단 중대형급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길 기대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