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비장한 모습으로 ‘하반기 저축은행 경영건전화 방안’을 내놓았다. 국회 국정조사가 일정에 돌입한 상황에서 정부 관련 책임자가 담화 형식을 빌어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것이다.
일단 당국은 일부 저축은행을 가려 뽑아 검사하거나, 영업정지시키는 부분적 조치보다는 전체 저축은행을 빠짐없이 진단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또 점검결과가 나오는 9월말 이전에는 추가 영업정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누가 보더라도, “이번엔 정말 다 뒤져보고, 조치할테니 믿어달라”는 뜻이 담겼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김석동 위원장의 이같은 마음은 100% 전달됐을까.
여전히 저축은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깊고 위험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저축은행에 ‘후순위채 폭탄’이 몰려 돌아오는 9월말까지는 ‘시계 제로’의 상황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내놓으면서 가장 앞세운 단어가 바로 ‘연착륙’이다. 비행기(저축은행·저축은행 산업)와 타고 있는 승객(국민·저축은행 고객) 모두에게 충격이 가지 않도록 안전하게 착륙 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만 우선을 두다 보면 본 뜻과 달리 어느 한쪽이 망가지는 ‘경착륙’이 될 수 도 있다.
전수 점검이 끝나는 9월말까지 모든 저축은행이 ‘정상화 가능’을 염두에 두고 판정을 기다리는 것은 실제 우량 저축은행이야 별문제이지만, 부실 저축은행엔 생명 시한만 연장시켜줄 뿐이다. “잠재적 위험이 있으니, 거래에 유의하라”는 주의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부를 위험성도 있다.
점검 결과에 따른 3단계 조치인 △경영지속 △최장 1년간 퇴출 유예 및 자구노력 유도 △곧바로 퇴출도 시장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경영유지와 퇴출을 좀 더 분명히 가를 필요가 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상반기 내내 국민 신뢰 붕괴에 시달렸단 점이다. 이런 트라우마에 갇혀 이번에도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다면 신뢰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파국을 부를 수 있다. 안심시키려 하지 말고, 안심하게 만들면 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