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정치여론조사]`입 큰 개구리` IT인들을 잡아라!!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유권자는 누굴까.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정치인은 자신들의 약점이나 불리한 평판을 확산, 재생산하는 유권자가 가장 두려운 상대다.

 이런 ‘입 큰 개구리(Big Mouth)’형 유권자들이 정보기술(IT) 발달로 어깨에 날개를 달았다. 명절이나 가족모임에서 친지, 이웃들과 얼굴을 맞대며 나눴던 정치인들의 평판이 이제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 같은 모바일 IT기기를 기반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수천, 수만 유권자에게 실시간으로 확산된다.

 이때문에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나 지역행사에 내려가 민심을 파악하는데 급급했던 정치인들도 이제는 너도나도 인터넷 세상의 ‘넷심(Net·心)’을 파악하기 위해 손바닥 안의 작은 창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인사이트코리아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온오프라인에서 여론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IT사용자층의 정치성향을 파악하고,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지난달 17일부터 22일까지 6일간 실시한 세 번째 정치여론조사에서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만 19세 남녀 유권자 1000명 이외에 별도로 IT 분야에 종사하는 유권자 1000명을 추가, 두 모집단 간 선호하는 정치인, 충성도, 그리고 향후 여론형성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하는 연구를 시도했다.

 우선 마케팅 분야 활용을 위해 경영학에서 적용하는 ‘순추천지수(NPS)’ 개념을 차입, 정치인들에 대한 추천의사를 파악하는 ‘선호정치인추천지수(NPPS)’를 개발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여론조사에 적용했다.

 NPPS(Netizen Politician Promoter Score)는 유권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지지층으로 발전할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선호 정치인 추천 의사를 0~10점까지 총 11단계로 구분해 점수를 매기도록 한 다음, 그 강도를 수치화한 것이 특징이다. 9~10점을 선택할 경우 추천의향을 ‘강(强)’으로 분류하고, 7~8점은 ‘중(中)’, 0~6점은 ‘약(弱)’으로 구분한 뒤 ‘강’의 비율에서 ‘약’의 비율을 뺀 비율차로 산정했다.

 이는 수치가 크면 클수록 지지자들의 충성도와 지지층의 확산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 방법을 도입해 비IT인과 IT종사자 두 모집단에 각각 적용한 결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1순위 선호후보로 선택한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보다 NPPS가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IT인 모집단의 경우, 문 이사장이 35.2(단위 %P, 이하 생략)로 선두를 달렸으며 이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22.0), 정동영 민주당 의원(15.1),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7.4), 손학규 민주당 대표(5.6) 순으로 나타났다. 즉 강한 추천의사가 있는 유권자가 추천의사가 약한 유권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IT종사자 모집단에서도 문 이사장은 NPPS가 61.1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51.9),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41.0), 손학규 민주당 대표(38.5), 김문수 경기도지사(16.7) 순으로 집계됐다.

 특이한 점은 두 모집단 모두 선호율 5% 이상의 주요 정치인을 대상으로 NPPS를 산출했는데, IT종사자의 경우 ‘강’ 추천비율이 ‘약’ 추천비율을 압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양측 모집단 NPPS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우, 비IT인에서는 35.2지만 IT종사자들에서는 61.1로 무려 25.9%P나 앞섰다. 2위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각각 51.9(IT종사자)와 22.0(비IT인)으로 29.9%P의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역시 41.0(IT종사자)과 7.4(비IT인)로 33.6%P가 넘는 큰 격차를 나타냈다.

 또 비IT인의 경우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인으로 꼽았으면서도 추천의향은 별로 없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많아 NPPS가 되레 마이너스로 감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66명의 지지자를 확보했지만 ‘약’ 추천비율이 많아 NPPS가 -28.2였다. 오세훈 서울시장(-28.2), 이회창 자유선진당 의원(-35.3), 김문수 경기도지사(-13.3) 등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에 IT종사자의 경우, 자신이 선호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적극적인 추천의사, 즉 충성도가 높고 다른 유권자에 천거할 의향이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 이상 선호율을 확보한 상위 5인의 정치인 모두 NPPS가 플러스였으며, 50이 넘는 후보도 두 명이나 됐다.

 조광현 전자신문 ETRC센터장은 “IT종사자들이 비IT인보다 선호 정치인들에 적극적 지지의향과 추천의사를 나타냈다는 것은 IT종사자가 선호하는 정치인이 상대적으로 주변에 추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 그들이 가진 소통 도구를 추천에 활용하게 된다면 정치인들에 대한 선호·비선호 등 지지성향은 아주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선호율 5% 이상 차지한 정치인)

 (*선호율 5% 이상 차지한 정치인)


 <특별취재팀=정지연차장(팀장) jyjung@etnews.com, 조광현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센터장, 김장호 인사이트코리아 사회조사본부장, 김정미 인사이트코리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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