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LCD 업계 3사 통합으로 배수의 진을 치다

 일본 LCD 업계가 중소형 시장에서 3사 전격 통합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6월 초 도시바와 소니의 중소형 LCD 사업 통합 발표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히타치까지 이 대열에 합류한다. 세 회사 시장 점유율을 더하면 21%를 웃돌아 외형 면에서는 삼성이나 샤프를 앞지른다.

 30일 니혼게이자이는 히타치가 도시바와 소니의 중소형 LCD 패널 사업 통합 협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3사는 통합 세부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7월 최종 계약까지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2010년 기준으로 3사의 중소형 LCD 세계 시장 점유율을 더하면 21.5%다. 외형 면에서 샤프(14.8%)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11.9%)를 따돌리고 뚜렷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다. 다만 수량이 아닌 매출 면에서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의 차이가 좁아지며, 부가가치가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히타치의 가세는 도시바-소니 통합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의 파격적 지원을 받고 있다. 민관 공동으로 조성한 산업혁신기구 자금 2000억엔(약 2조6580억원)이 투입된다. 자금은 신설 법인 주식 70%를 산업혁신기구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나머지 지분은 3사가 분담한다.

 통합 법인은 일본 내에 새로운 생산 라인을 만든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에 사용되는 중소형 LCD가 주력 제품이며, OLED 패널도 생산할 계획이다. 당초 소니의 히가시우라(東浦) 공장이 거론됐지만 히타치 가세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히타치의 도시바-소니 대열 동참은, 능동형(AM) OLED 부문에서 한국과 본격 대결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히타치가 대만 폭스콘과 진행해 오던 중소형 LCD 사업 제휴 논의를 사실상 접고, 자국 연합으로 선회한 결정은 기술과 규모를 앞세워 AM OLED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3사 통합 법인의 투자 중 상당수는 AM OLED 라인에 집중될 전망”이라며 “세계 시장을 선점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5.5세대 양산에 돌입하는 등 격차 확대를 우려하는 일본 업체들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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