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년 6월 29일. 미국 전역 애플스토어 앞은 밤을 지샌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노숙을 마다 않고 이들이 기다린 것은 애플의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 남들보다 한발 앞서 아이폰을 갖게 된 사람들은 환호했고, 각종 매체는 기존 휴대폰과는 확연히 다른 스마트폰 등장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모바일 산업에서 애플 독주를 알리는 ‘애플리네이션(Apple+Domination)’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2 2011년 6월 29일. 출시 4년이 지난 지금 아이폰 성적표는 △누적 판매량 1억대 돌파 △전 세계 91개국 진출 △2011년 1분기 휴대폰 매출 1위 등 눈부시다. 괄목할 만한 수치 외에도 아이폰은 산업, 생활, 기기 등 전반에서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만큼 깊은 음영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아이폰은 진화한다=아이폰은 처음 출시된 이후 지난 4년간 총 네 가지 버전이 나오며 조금씩 진화했다. 가장 최신 제품은 아이폰4 화이트. 최초 아이폰과 비교해 아이폰4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영상대화 기능인 ‘페이스타임’의 추가다. 이를 위해 전방카메라를 설치했고, 카메라 화소도 300만화소에서 500만화소로 업그레이드됐다. 최신형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화질은 훨씬 더 선명해졌다. 초기 내놨던 4GB 모델은 단종됐으며, 아이폰4는 16GB와 32GB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아이폰 진화에의 기대는 아이폰5에 대한 소문에서도 드러난다. 아이폰5는 프로세서 속도 향상, 카메라 성능 개선, LTE 기술 등이 적용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스티브 잡스’ 변한 외모, 변함없는 카리스마=4년 전이나 지금이나 ‘애플리네이션’ 중심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2007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에서 아이폰 출시를 예고한 스티브 잡스는 4년 뒤인 지난 6일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1’에 나와 ‘아이클라우드’를 공개했다.
매년 6월 열리는 WWDC에서 아이폰 신제품을 공개해온 전력 때문에 잡스가 직접 아이폰5를 소개할 것이라는 기대는 깨졌지만 그는 ‘프레젠테이션의 황제’의 명성에 걸맞은 프레젠테이션을 펼쳤다. 2007년에 비해 다소 야윈 잡스의 현란한 프레젠테이션은, 그의 부재 시 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애플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행동으로도 풀이됐다.
◇우군 VS 적군=손끝으로 움직이는 아이폰 성장의 최대 수혜자는 터치스크린 산업이다. 아이폰 출시 당시 시장조사기관들은 휴대폰용 터치스크린 패널 시장이 연 평균 54.2%씩 급성장, 2011년에는 전체 휴대폰 중 터치패널을 이용하는 휴대폰 비중이 49%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터치폰 비중은 전체 휴대폰 중 31%로 당초 예상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지난해 터치패널 시장은 전년 대비 15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10인치 이하 중소형 터치패널은 전체 시장의 89%를 차지한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아이폰 등장으로 앱 개발이란 새로운 산업군도 형성됐다. 앱스토어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개인 개발자의 천국으로 떠올랐으며, 지금도 수많은 앱개발자들이 세계 아이폰 사용자에게 자신들의 앱을 선보이려고 한다. 현재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은 50만개, 누적 다운로드는 100억건이 넘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마켓 등 콘텐츠 오픈 마켓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개발자에게 불리한 애플의 불공정 약관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 휴대폰 산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던 단말제조사와 이통사에 ‘애플리네이션’은 불편한 현실이다. 휴대폰 시장 최강자 노키아는 불과 4년 만에 왕좌를 물려줘야 했고, 이동통신사는 더 이상 휴대폰 사양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됐다. 앱스토어가 열리면서 유통의 주도권을 잃은 기존 콘텐츠 제공업자들도 애플을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손안의 PC시대 개막=아이폰이 가장 많이 바꾼 것은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전화뿐만 아니라 메일, 검색, 오락 등 ‘손안의 PC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무선 트래픽 급증으로 연결됐다. 실제로 가장 먼저 아이폰을 출시한 AT&T는 3년간 무선 인터넷 트래픽이 50배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아이폰으로 SNS, 이메일 등 다양한 기능을 항상 이용하다 보니 일상 속에서 웃지 못할 위험도 발생한다. 미국 보험회사 네이션와이드 뮤추얼은 아이폰 이용자 중 38%가 사고가 나거나 날 뻔한 경험을 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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