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인을 기계가 대신한다고? `오토펜` 법적 효력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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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한 사인은 진짜인가 아닌가? 법적 효력은 있는 것일까?`

미국 정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미국 대통령의 일명 `오토펜(autopen)`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해외 주요 언론들이 27일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유럽 방문 중인 지난달 말 시효 만료를 코앞에 두고 극적으로 연장된 ‘애국법’을 직접 사인하지 않고, 사인을 대신 해주는 기계인 오토펜으로 사인를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에서 9.11 테러 사태 이후 제정돼 인권 침해 논란이 제기돼온 애국법(Patriot Act)의 일부 조항을 4년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됐 백악관으로 전달됐으나, 직접 서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공화당 의원 21명이 대통령에게 "법안에 다시 서명하라"며 서한을 발송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애국법은 의회에서 처리가 지연되어 만료 시한인 27일 자정에 임박해 통과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오토펜을 이용해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이 다른 것도 아닌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오토펜으로 사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그 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정부나 기업들이 일상적인 업무 처리 과정에서 오토펜을 많이 사용해 왔다. 과거 백악관은 대통령이 외국이나 지방을 방문할 때에는 직접 서명을 받기 위해 직원이 법안을 들고 대통령이 머무는 곳까지 날아갔지만, 지금은 기능적 또는 절차적 하자만 없다면 오토펜의 사인을 인정하고 있다. 오토펜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대통령이 수많은 서류에 일일이 사인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도입됐었다.

오토펜은 어떻게 동작할까. 진짜 사인을 새긴 주형을 오토펜에 넣으면 기계가 알아서 사인을 동일하게 베껴 준다.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반인으로부터 오는 서한까지 일일이 답해주면, 하루에 대통령이 사인해야 할 양이 1만장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고위 관료들도 오토펜을 사용하기도 한다.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역시 전사한 장병의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 오토펜으로 사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단순한 서한이나 업무상 자필 확인이 필요없는 서류에는 기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이성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법안`까지 오토펜이 대신 서명을 해주는 것이 맞는가에는 정치적 이견이 있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 측은 "오토펜 사인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법률 자문을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논란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trend@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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