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 대기업들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협력기업의 기술을 요구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은 어쩔 수 없이 핵심기술을 대기업에게 줄 수밖에 없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가슴 아픈 현실이다.
신문, 방송 등에서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최근 광고검색 전문 IT 중소기업인 C사는 파트너 기업인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게 인력 및 기술을 빼앗겼다. 경찰도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작년 7월 우리 기관에서 대·중소기업간 기술탈취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의 22.1%가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넘겨달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유출로 인해 피해 경험 중소기업도 14.%나 됐다.
이와 같은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하 재단)에서는 2009년부터 ‘기술자료 임치제도(이하 기술임치제)’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기술임치제는 대·중소기업간 거래에서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대기업에 제공하지 않고 제3의 신뢰성있는 기관인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보관하는 제도로,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대기업의 경우에도 중소기업이 파산·폐업 등의 발생 시 해당 임치물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관련 시스템을 유지보수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마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보험과 같은 안전장치다.
최근 대기업에서도 기술임치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해 SK텔레콤, 한국전력,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등에서도 기술임치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다른 대기업에서도 제도 이용에 대한 문의 및 이용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
기술임치제의 또 다른 이용효과는 중소기업이 특허로 출원하지 않은 영업비밀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중소기업은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입증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지난해 12월 국회에서는 상생법을 개정, 임치한 기술에 대해 법적 추정효과를 부여하고 이용기업은 임치일로부터 개발시점과 내용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기술임치제는 단기간에 기술보호의 안전장치로 자리매김했다. 이용 추세를 살펴보더라도 2009년 120여건에 불과하던 실적이 2010년에는 307건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500건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재단은 원거리 제도이용 민원인의 불편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쉽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임치서비스를 지난 3월부터 도입했다. 기술자료를 보관할 금고는 연내 1100개로 늘리고, 내년에는 3000개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술임치제에 대한 법률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6월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에도 이 제도를 적극 반영해 대·중소기업간 공정 거래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법언 가운데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신의 기술에 대한 권리는 자기가 먼저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은 개발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과 동시에 기술임치제를 적극 활용하고, 대기업도 중소기업의 기술을 요구하는 대신 기술임치제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술임치제가 하루속히 정착돼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위한 안전장치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한다.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ytjung21@win-wi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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