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풍기 매출이 ‘강풍’을 탔다. 판매량이 급증하자 대기업이 10년 만에 선풍기 시장에 뛰어드는가 하면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의 제품도 속속 등장했다.
일본전기공업회(JEMA)의 조사 결과 5월 일본 선풍기 출하 실적은 31억4000만엔(약 4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2.3배 증가한 금액이다. 지난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후 일본 열도에 분 절전 바람 덕이다.
선풍기 시장의 호황에는 신기능 제품이 한몫했다. 가전 벤처인 발뮤다(BALMUDA)는 에너지 절약 선풍기 ‘그린팬’을 출시했다. 일반 모터가 아닌 인버터 모터를 사용, 기존 선풍기보다 소비 전력을 90% 가량 줄였다. 에어컨 전력량과 비교하면 100분의 1 이하다. 지진 이전에 비해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어났다.
대기업 중 유일하게 선풍기를 만들던 도시바도 모터 성능을 개선, 소비 전력을 반 이상 절약한 제품을 출시해 인기몰이 중이다. 이 회사는 선풍기를 중국 업체에 위탁하는데, 생산량을 40% 정도 늘렸다.
대기업인 샤프는 사업을 접은 지 10년 만에 다시 선풍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샤프는 이달 초 기능성 선풍기를 출시했다.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플라즈마 클러스터 이온’ 발생 기능을 강조한다.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영국 다이슨이 만든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 라이어’는 판매량이 1년 전보다 4배나 많아졌다. 3만7000엔(약 49만5000원)~5만4000엔(약 72만2000원)에 달하는 고가지만 혁신적 디자인과 안전성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한편 JEMA가 발표한 5월 백색 가전의 일본 내수 출하 실적은 2010년 5월 대비 13.3% 증가한 1832억3700만엔(약 2조4512억원)이다.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대의 높은 성장을 보였다. 특히 전력 부족이 우려되는 여름을 앞두고 저전력 에어컨과 세탁기 수요가 높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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