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덕고등학교 1학년 과학수업 시간. ‘융합형 과학교과서’를 활용해 이 시간에 다룰 주제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다. 학생들은 마치 과학잡지와 같이 선명한 교과서의 우주 사진들과 그래픽을 들여다보며 흥미가 고조된다. 선생님은 이전 지구과학의 원자와 원자핵, 물리의 전자 에너지 준위, 화학의 물질구조 등에서 다루는 개별적 개념을 세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우주가 대폭발 하면서 초기에 기본 입자들이 만들어지고 양성자, 중성자, 헬륨 원자핵 등으로 진화하면서 현재의 우주가 만들어진 빅뱅이론을 설명한다. 그리고 곧바로 학생들의 생각을 교환하는 토론이 이어진다.
국내 고등학교 10곳 가운데 8곳이 1학년 과학교과서로 ‘융합형 과학교과서’를 채택했다.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으로 나뉜 기존의 교과내용을 융합한 스토리텔링 형식의 융합교과서가 주류로 자리잡은 셈이다.
27일 한국과학창의재단(이하 창의재단)에 따르면 지난 3월 처음으로 고교 1학년 과정에 도입된 ‘융합형 과학교과서’를 채택한 전국 고등학교가 총 2046개교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고등학교(2440개교)의 83.8%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경기도 지역 고등학교는 무려 92%가 융합형 과학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혜련 창의재단 이사장은 “도입 첫 해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학교들이 융합형 과학교과서를 채택했다”며 “단편적이고 쪼개진 과학지식이 아니라 사회에서 필요하고, 알아야 할 과학적 지식들을 융합한 입체적 공부가 필요하다는 추세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사연수 및 교수자료 지원 확대 등을 통해 내년에는 융합형 과학교과서를 전국 학교에 정착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융합형 과학교과서를 지도하는 일선 교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김영준 경기 오남고등학교 교사는 “과학 교사들은 전공한 분야가 있어 다른 과학 분야를 융합해 함께 지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융합형 교과서를 채택한다”고 말했다.
융합형 과학교과서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목돼 온 수능시험과의 연계부족에 대해서도 일선에선 문제없다는 시각이다. 이세연 서울 명덕고등학교 교사는 “융합형 과학교과서 내용이 수능에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학생들이 더 편하고 자유롭게 공부한다”고 말했다.
창의재단은 융합형 과학교과서의 정착을 위한 지원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7월부터 모델교과서를 활용한 교사연수를 실시한 데 이어 융합형 과학 교수 및 학습자료 개발을 위한 교사연구회도 지원하고 있다. 또 융합형 과학 평가체계 구축을 위해 ‘융합형 과학 평가 가이드라인’과 ‘평가문항’ 개발도 추진 중이다.
<용어>
◆융합형 과학교과서=‘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고등학교 1학년용 과학교과서로 올 3월부터 각급 학교에서 교과서로 사용 중이다. 내용은 기존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의 구분을 없앴다. 융합형 과학교과서 1부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 태양계와 지구, 생명의 진화에 대한 내용이며, 2부는 통신과 신소재, 인류의 건강과 과학 기술, 에너지와 환경 등을 다룬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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