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은행권 2기 차세대의 새로운 모델 `비즈니스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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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은행들은 지난 2000년도 계정계시스템과 정보계시스템은 물론이고 고객과의 접점인 채널시스템 등 전 영역을 새롭게 재구축하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 많게는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더 이상 이러한 대규모 빅뱅 방식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후 10년이 흘렀다. 현재 은행들은 또 다시 수천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지난 2004년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기업은행이 최근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포스트 차세대 실행계획’ 사업에 착수했다. 지난 2001년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산업은행도 2기 차세대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이외에 다른 은행도 서서히 같은 고민 대열에 합류하게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금융사가 적용하고 있는 ‘비즈니스 허브’를 구축해 차세대시스템을 구현하는 방식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즈니스 허브로 기술 통합 한계 극복=비즈니스 허브 구축 방식은 그동안 차세대시스템을 기술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면 이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해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앞서 진행된 은행권 차세대시스템은 기술적인 통합에 초점이 맞춰 진행됐다. 따라서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현재 차세대시스템으로 구축된 은행의 전산시스템은 크게 채널, 계정계, 정보계 3개 영역으로 구분돼 있다. 여기에 채널과 계정계시스템을 유연하게 연동하기 위해 각각의 다른 기술을 통합하는 멀티채널통합(MCI) 기술이 적용돼 있다.

 은행들은 MCI로 영업점 창구,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각각 다른 채널이 갖고 있는 기술을 하나로 통합해 계정계시스템과 연동, 업무처리를 가능하게 했다. 또 필요에 따라 계정계시스템은 정보계시스템과 연동돼 필요한 고객 정보를 가져다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적용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한 은행이 신한·하나·국민은행, 농협 등이다.

 그러나 최근 고객접점 채널이 스마트 디바이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해지고, 늘어난 채널에서 처리되는 업무도 많아지면서 기존 시스템의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기술만 통합해서 이들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증하는 채널과 업무 시스템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통합해 연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허브가 하나의 영역으로 추가됐다.

 비즈니스 허브는 각각의 채널을 지원해주는 시스템과 계정계시스템 사이에 놓여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계정계시스템 내에서 복합상품을 만들기 위해 추가 모듈을 늘리지 않고 비즈니스 허브에서 직접 기존 서비스를 더해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도입 방식에 따라 예산절감 가능=비즈니스 허브를 도입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기존 1기 차세대 프로젝트와 동일하게 채널과 계정계, 정보계 시스템을 모두 재구축하면서 비즈니스 허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 1기 차세대 프로젝트 당시 투입됐던 예산과 기간은 동일하게 소요된다.

 실제 비즈니스 허브 도입을 검토 중인 기업은행은 2기 차세대 프로젝트 예산으로 2600억원을, 구축기간으로 3년을 책정해 놓고 있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많은 예산과 오랜 기간을 고려하는 것은 앞서 1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당시 채널 통합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현 계정계시스템 기반인 메인프레임 교체 고민도 예산이 늘어난 배경이기도 하다.

 두 번째 방식은 모든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시스템만 재구축하고 채널과 계정계 사이에 비즈니스 허브를 추가로 구축하는 것이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채널 영역에서는 새롭게 추가된 채널시스템만 구축, 통합하면 된다. 또 계정계 영역에서는 여신, 수신 등 계좌 처리시스템을 제외한 다른 업무시스템은 분리해 늘어난 신규 비즈니스를 반영한 뒤 별도로 구축하면 된다.

 김홍근 액센츄어 전무는 “은행 업무 중 트랜젝션의 80% 이상이 여·수신 등 업무에서 발생되고 있다”며 “무거운 계정처리 업무는 계정계시스템에 놔두고 그 외 복잡한 상품개발 등의 기능은 별도 시스템으로 분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2기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계정계시스템 재구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프로젝트 예산과 기간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이 방식은 앞서 구축한 1기 차세대시스템이 유연한 경우에만 적용 가능하다. 2006년 이후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 국민은행 등이 이러한 차세대시스템을 구현한 상태다.

 따라서 비즈니스 허브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차세대 프로젝트의 예산을 줄여준다든가 프로젝트 기간을 단축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그 효과는 바로 2기 차세대 이후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처할 때나 3기 차세대를 고민할 때 나타난다.

 ◇위험 요인 및 주의사항 많아=비즈니스 허브를 도입한다고 해서 좋은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가장 큰 위험요인은 국내에서는 이를 구현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일부 금융회사가 비즈니스 허브를 도입해 차세대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회사는 단 한 곳도 도입한 곳이 없다.

 더욱이 비즈니스 허브는 정보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금융회사에 적합하다. 이는 비즈니스 허브를 구축해 놓고 추가로 새롭게 생기는 영역의 정보시스템을 추가하거나 고도화해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일부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프로젝트를 빅뱅이 아닌 단계적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재 7년째 핵심 정보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비즈니스 허브에는 상품, 고객, 서비스, 세일즈, 마케팅 등 다양한 기능이 구현될 수 있게 설계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빅뱅방식으로 구현하면 향후 유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비즈니스 허브를 도입하는 가장 큰 배경이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유연성이 떨어진다면 도입 의미가 없게 된다.

 또 비즈니스 허브에서 컴포넌트 방식으로 구현되는 각각의 모듈 설계를 너무 작게 하거나 너무 크게 할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작게 하면 재활용성이 떨어지고 크게 하면 유지보수에 어려움이 생긴다.

 새로운 IT거버넌스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비즈니스 허브를 관리하기 위한 전담 조직이 있어야 한다. 현 은행의 IT조직은 대부분이 여신IT, 수신IT 등 기능별로 나눠져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허브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겼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조직이 새로 존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에 맞도록 운영 프로세스도 변화돼야 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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