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DNA` 알고리즘 심어줘야 부품마다 따로 움직여 변신가능
큐브를 차지하기 위한 외계 로봇의 전쟁이 시작됐다. 악의 무리 `디셉티콘`과 이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오토봇`은 치열한 전투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구에 도착한 외계 로봇은 자동차와 비행기 등 친숙한 기계로 위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첨단 과학이 숨어 있다. 내 차가 영화 속의 트랜스포머들처럼 변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료,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29일 개봉을 앞둔 영화 `트랜스포머3` 속 변신로봇을 현실화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 강한 충격 이겨내기 위해서는…
영화 속에서 오토봇과 디셉티콘은 서로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다. 전투를 하면서 건물이 파손되기도 하는 등 강한 충격을 받는다. 현재 자동차에 사용하는 강철과 알루미늄은 1000MPa(메가파스칼·대기압의 1만 배)의 강도를 지니지만 두께가 1mm로 얇아 영화와 같은 충격을 이겨낼 수 없다. 그렇다고 두껍게 만든다면 무거워지기 때문에 민첩하게 변신하기 힘들다. 두원공과대 자동차과 박재열 교수는 "시속 60km로 달리는 자동차도 벽에 부딪치면 부서진다"고 말했다.
전투 로봇인 트랜스포머의 재료로는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고강도 복합소재`가 적합하다. 콘크리트 속에 철근을 넣으면 단단해지는 것처럼 금속에 넣은 첨가물이 재료 내부에 있는 `미세 균열(전위)`의 이동을 막아 파괴를 막는다.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장호 교수는 "같은 두께로 만들더라도 고강도 복합소재는 3000MPa 정도로 세 배 강하지만 무게는 기존 재료의 3분에 1에 불과해 트랜스포머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 트랜스포머 변신에는…
도로를 달리던 스포츠카 `카마로`의 타이어가 움직인다. 앞바퀴는 어깨로, 뒷바퀴는 발목으로 이동하면서 주인공 `샘 윗위키`를 지키는 `범블비`로 변신한다. 자동차 바퀴가 트랜스포머의 관절이 될 수 있는 것은 각각의 부품에 `알고리즘`과 이것을 처리할 수 있는 작은 컴퓨터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동물의 DNA처럼 자동차 속의 각종 장치에 내재된 알고리즘이 절차에 따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변신을 가능하게 한다. 2008년 변신 로봇 알고리즘을 개발한 바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과학과 박사과정 안병권 씨는 "최첨단 기술 속에 초소형 컴퓨터와 알고리즘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 트랜스포머"라고 말했다.
변신을 위해서는 알고리즘과 함께 모터나 유압 실린더와 같이 부품을 움직일 수 있는 `작동기` 수천 개가 필요하다. 문제는 수천 개의 작동기를 구동하기 위해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상덕 수석연구원은 "자동차의 동력장치인 엔진으로는 로봇을 움직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범블비의 동력장치인 엔진에는 영화 `아이언맨`에서 그 성능이 검증된 소형 `핵융합 장치`가 숨어 있다. 핵융합은 수소원자 두 개가 융합하면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바닷물 1L에 존재하는 0.03g의 중수소는 서울과 부산을 3번 왕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휘발유 300L에 해당하는 양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황용석 교수는 "영화 `백투더 퓨처`에서 타임머신의 에너지원으로도 핵융합이 쓰였다"면서 "화력발전, 원자력발전에 비해 생성되는 에너지의 양이 많아 트랜스포머와 같은 큰 기계의 동력으로 알맞다"고 말했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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