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SK 등 10대 그룹의 계열사 상장비율이 14.11%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7곳 중 6곳이 아직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셈이다. 10대그룹의 비상장사는 순환출자의 고리로 연결된 사례가 많아 상장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 공개하지 않는 것이 대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10대그룹 최대주주 등의 소유주식 변동현황(4월 기준)’을 분석한 결과 10대 그룹 소유 계열회사는 총 581사로 이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14.11%에 불과했다. 최근 5년간 10대그룹의 전체 계열사 수는 361개사에서 581개사로 220개사(60.94%)가 증가했지만 상장사는 70개사에서 82개사로 12개사(17.14%)만 늘었다. 그룹별로는 삼성 계열사가 지난 5년간 59개에서 78개로 19개사가 늘었으나, 상장기업은 2개사만 추가됐다. 현대차 계열은 36개에서 63개로 27개사가 증가했다. 올해 초 현대위아가 상장하면서 상장사는 9개에서 10개로 1개사가 늘었을 뿐이다. SK는 같은 기간 계열사가 57개에서 86개로 29개사가 증가했지만 상장사는 1개사만 늘었다. LG도 31개사에서 59개사로 이 기간 28개가 늘었지만 상장사는 역시 1개사가 추가되는데 그쳤다.
롯데는 계열사가 44개에서 78개로 34개사가 늘면서 10대 그룹중 가장 많이 증가했지만 상장사는 올해까지 8개로 5년간 1개사만 증가했다.
이처럼 10대 그룹의 상장사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계열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동원되는 순환출자의 고리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현대차, 롯데 등 지주회사가 별도로 없는 경우 계열사마다 순환출자의 고리로 연결돼 상장을 추진할 경우 순환출자 해소에 따른 비용이 커 상장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상장사가 그룹 총수를 포함한 주주에게 높은 배당을 실시하고 있어 상장을 기피하는 사례도 있다. 현대차의 비상장 건설회사인 현대엠코는 지난해 매출 1조2415억원, 순이익 673억원을 거뒀다. 현대엠코는 순이익가운데 74.3%인 5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현대엠코의 최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지분율 25.06%)과 정몽구회장(지분율 10.0%)은 배당금으로 각각 125억원과 50억원을 챙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익의 대부분을 대주주에게 배당금을 분배하는 구조다. 자연스럽게 대주주로선 기업공개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한편 10대 그룹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02%로 5년전 41.2%보다 14.81% 증가했고, 그룹 총수일가의 소유주식 평가금액도 지난 2007년 20조원에서 51조원으로 148.71%나 확대됐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표>10대그룹 소속 계열회사 공개 현황
(단위 : 사, %)
*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공정거래위원회, ‘11.4.5)자료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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