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야말로 대유행이다.
케이블 방송에서 첫 시도된 가수 발굴 프로젝트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자, 지상파까지 전부 가세했다. 선발 분야도 가수뿐 아니라 밴드, 탤런트, 배우, 재능인 등 무척 다채롭다. 일부 기업들도 사내 인재 발굴 프로젝트에 이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
오디션은 이제 현시대를 규정하는 ‘문화현상’으로까지 급부상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죽었다고 했던 사람들도 이제 중국 연변 출신 청년 백청강의 감미로운 노래와 멜로디에 감동한다. 출신도, 배경도 그렇다고 돈도 없던 이 청년이 이국에 와서 뮤지션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방법은 이 길 밖에 없었을 것이다.
폐쇄적이고, 제왕적이기까지 했던 연예·방송계 시스템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타고난 실력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재능은 아무런 설명 없이도 시청자와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기존 시스템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단단한 얼음도 아주 가는 침에 금이 가고 깨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고 이런 현상이 무조건 반가운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개성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식상해하기 시작했다. 유행을 따라하는 것도 좋지만, 어쩔 땐 그냥 인정하면서 유행과 다르게 가는 것도 세상을 즐겁게 살 수 있는 아주 현명한 방법이다.
사람들은 좀 더 참신하고, 전에 없었던 실력 있는 무명씨를 문득 만나고 싶어 한다. 요즘같은 유행에서 만들어진, 또 유행에 잘 따라서 길러진 그런 인물을 원하지 않는다.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우승상금을 키우고, 모집 범위를 전 세계적으로 넓히는 것도 국민들 생각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어차피 우리 시대가 만나고 싶어하는 진정한 실력자들은 그런 돈과 명성에 눈먼 사람들이 애초부터 아니었으니.
다음 달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내년까지 ‘정치의 시간’이 숨 가쁘게 펼쳐질 것이다. 국민들은 실력과 재능이 넘치는, 그래서 가슴을 다시 뛰게 할 감동의 스토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기꺼이 박수 칠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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