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강소형 연구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개편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자 과학기술계 연구원들이 ‘짜증’수준의 반응을 보이며 사태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출연연 법인을 유지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출연연의 법인해체와 오픈형 강소형 조직으로의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출연연에서 책임급으로 일해온 김모 연구원은 “거버넌스 문제로 시끄럽더니 이번엔 강소형 연구소냐. 이젠 정부 과학기술정책에 짜증이 난다. 안정적인 연구환경만 조성해 줘도 열심히 일할 사람들에게 매번 이런식으로 흔들어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장인 이모 연구원은 “참여정부 때 연구소간 벽을 허물자면서 ‘전문연구단위제’니 ‘협업연구제’니 하는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모두 공염불에 끝났다. 강소형 조직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날 구조조정 등 에너지 낭비에 심지어 2년뒤 새정부가 들어설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할 시점”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한마디로 출연연 조직을 지금 바꾼다는 것은 시기상 너무 늦은데다, R&D 예산이 녹색산업 중심으로 집행되는 과정에서 다시 강소형으로 틀만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목소리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태동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연구원들도 있다. 예산권, 인사권, 정책집행권도 없이 제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다. 국과위가 청와대 과학기술정책보다 한발 앞서 발전된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로드맵에서 조차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다.
출연연의 한 본부장은 “현행 과학기술시스템에 이 정책안을 적용하면 무리수가 많다. 그렇지않아도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판에 참 어렵게 일을 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연연의 한 부장급 연구원은 “미래 강소형 연구소 조직체계와 거버넌스, 구조개편, 국과위 설립은 모두 한배를 탄것 같다. 왜 이런 안들이 매번 되풀이되고 소문으로 끝나는지, 이 정책을 내놓은 사람들이 과연 연구 현장을 얼마나 알고 제시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일부 연구원들은 “현재 진행되는 기초과학연구원 조성작업과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출연연 개편작업과 연계한다면 나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수 있을 것”이라며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다음 정부에서 보다 지금 개편하는 게 더 나을수도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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