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의 ‘메가뱅크론’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대신 우리금융의 민영화 과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유로 “산은지주가 여러 후보 중 하나로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했지만 현 시점에선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 대해서는 “국내외 모든 투자자들에게 동등한 입찰참여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또 민영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도 의원들을 설득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산은지주의 민영화에 대해 “산은의 수신기반을 확충하고, 재무와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등 체질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주장해온 우리금융 인수를 통한 ‘메가뱅크’ 추진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금융위는 결국 산은지주를 배제하는 대신 시행령을 개정해 우리금융 매각을 일정대로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는 대신 다른 투자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 여론에 무릎을 꿇은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매각 방식에 대한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유효경쟁이 가능하려면 KB·신한·하나 등이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이들은 그동안 말을 아껴왔지만 산은 배제가 결정된 이상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진 셈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대신 우리금융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융위가 일괄매각 방침 재고는 언급하지 않은 점도 논쟁거리다. 일각에서는 분리매각과 광주은행, 경남은행 독자생존 등의 해법을 제시하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일괄매각 방침을 반대해왔다. 특히 우리금융 산하 노조는 다른 금융지주 회사로의 편입보다 독자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일괄매각 추진 입장을 고수한다면 우리금융 구성원 입장에서는 산은 인수와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이에 금융노조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배제된 이상 지금으로서는 유효경쟁이 성립되기 힘들어 보인다”면서도 “다른 금융지주사가 인수 방침을 세울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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