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새국면 맞아

 지난 4년간 끌어온 하이닉스반도체의 지분 매각이 현대중공업의 전면 부상과 채권단의 매각 기준 전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 등 잇따른 변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9일 하이닉스 주주협의회(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20일께로 예상됐던 하이닉스 매각공고를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변경하고 인수의향서(LOI) 접수 일정도 앞당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매각 일정이 임박해진 가운데 지난 8일 현대중공업이 공시를 통해 하이닉스 인수 추진 가능성을 내비친 이후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는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할 후보 기업군이 크게 늘어났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외에 SK·효성·LG·한화 등 이전부터 거론됐던 기업들 외에 또 다른 복병의 등장도 점쳐지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매수자 후보로 부상하면서 내심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하면서도 더 좋은 조건에서 딜을 하기 위해 기다려왔던 기업들이 재검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하이닉스 채권단도 좀 더 유리한 조건에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인수전 경쟁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비쳐진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매각 조건 변경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하이닉스 지분 15%를 모두 넘기지 않고 신주 인수와 구주 매각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이닉스 인수를 새롭게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신주 인수 방식은 잔여 지분 처리 문제가 남지만 인수 비용이 낮아져 인수전 후보기업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후보기업 중에서 구주 인수 비율을 높게 적어낸 기업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매각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게 된다.

 메모리 사업의 변동성이 예전과 달리 완화된데다가 하이닉스의 경쟁력이 이제 빅2에 진입했다는 공감대도 하이닉스 매각 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채권단 측은 그동안 하이닉스 매각이 무산된 원인 중에 하나였던 ‘인수 후 대규모 투자비용 부담’은 실제로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는 미세공정 확대 등에 소요되는 투자비를 에비타(EBITDA) 범위 내에서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투자 계획에 한해서는 인수 기업이 별도로 비용을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외부 수혈이 없어도 자체 이익으로 재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분기, 올 1분기 상당수 메모리 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하이닉스는 굳건히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최근까지 김종갑 전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은 인수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긍정적인 시황과 자체 시설 투자 여력 등을 장점으로 강조해왔으며 상당수 매입후보 CEO들도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20조원에 달하는 공룡기업인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국내 재계 서열까지 뒤바뀔 수 있다”며 “채권단이 매각 기준을 변경하면 인수 비용이 크게 낮아질 수 있어 이번 매각은 이전과 달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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