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삼성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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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내부 비리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8일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서 “최근 실시한 삼성테크윈 경영진단(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이 회장이 삼성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된 것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7일 삼성 서초사옥에 출근해 김 부회장의 보고를 받고 “해외의 잘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며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되고 있다”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감사를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전 그룹 구성원들에게 부정을 저지르면 큰일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은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향후 감사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회사 내부에서 독립된 완전한 별도 조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문제가 된 계열사인 삼성테크윈의 오창석 사장은 지휘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며, 후임 사장으로는 김철교 삼성전자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성 측은 “대표이사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는 없을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후속 인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내부 감사내용인 만큼 어떤 부정이나 비리사실이 발견됐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며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은 이번 부정과 직접 관련은 없다”고 설명했다.

 

 ◇뉴스의 눈

 이건희 회장의 이번 질타는 이병철 선대 회장 때부터 강조해 온 ‘깨끗한 조직문화’의 훼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한편 그룹 직접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삼성에서 부정은 금기로 통했다. 임직원이 부정을 저지르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 없는 신상필벌이 뒤따랐다. 이런 원칙이 그룹 내에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온 것은 물론이고 일사불란한 조직문화를 실천하는 기반이 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삼성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인식을 수차례 내비쳤다. 최근까지 ‘지금이 진짜 위기’라는 말을 자주 언급해 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형은 비리 척결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면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예전의 삼성 조직을 재건하겠다는 숨은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약화됐던 ‘회장-비서실-계열사’의 삼각 편대 경영의 부활을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서실은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삼성 경영의 핵심으로 자리했던 조직이다. 특히 비서실 감사팀은 삼성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을 들을 만큼 공포의 대상이었다. 감사팀의 촘촘한 감시망은 비리와 부정을 터부시하는 삼성 특유의 조직문화와 ‘삼각편대’ 경영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비서실 역할을 이어받은 미래전략실 기능과 계열사에 대한 관리 강화를 전망하는 이유다. 이미 책임자 직급을 높이고 인력도 늘려 감사 기능을 강화하라는 이 회장의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이에 맞춰 감사도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일부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결과에 따른 일부 계열사 사장단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직 전체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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