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름철 전력피크 해법으로 가스냉방과 지역냉방의 보급 활성화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올해부터 지역냉방 보급을 위해 20억원의 설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8일 발표했다. 공단에 따르면 300RT급 냉동기를 설치하는 건물의 경우 전체 설치비의 15% 수준인 약 2800만원을 보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지난해 3월부터 보급 활성화 대책이 시행 중인 가스냉방의 경우 올해 예산은 50억원으로 전년과 같지만 대상 설비와 지원 폭을 늘렸다.
정부의 이 같은 지원 정책은 냉·난방용 에너지원의 다변화를 통해 여름철 전력피크를 낮추고 겨울에 집중되는 천연가스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서다.
◇가스·지역냉방 참 좋은데…=지식경제부는 가스냉방 비중이 현재 12%보다 약 10%P만 높아져도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수요관리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가스로 냉방을 하기 때문에 여름철 전력수요는 줄고 겨울철에 몰리던 천연가스 수요는 분산된다는 것이다. LNG발전소 5기와 LNG 저장탱크 3.5기를 지을 만큼의 낭비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9년 기준으로 가스냉방으로 인한 발전소 신설 회피효과 759억원, 전력생산원가 인하효과 845억원으로, 전력부문 기여 효과만 1604억원에 달한다.
지역냉방은 집단에너지 시설에서 남는 열을 냉방열로 전환, 전력피크 감소나 잉여열 활용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지역냉방이 이번 계획대로 보급될 경우 전력소비 대체량은 6~9월 넉달동안 총 7278㎿h에 달하고 에너지소비량도 1565toe(석유환산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지원이 보급 확대 결정지어=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에도 가스 및 지역냉방의 보급양상은 정부의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냉방이 더 싸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으로 설치비는 비슷해졌지만 문제는 사용 요금이다. 전기요금이 워낙 싸서 냉방용 가스를 원가 이하로 공급해도 여전히 가스요금이 비싼 편이다.
게다가 전기요금의 경우 정부에서 통제를 하고 있어 안정적이지만 가스 요금은 국제가격에 따라 유동적이고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가스히트펌프(GHP)의 경우 당초 학교 대상으로 보급 확대를 꾀했지만 정부의 학교 전기요금 할인으로 오히려 전기히트펌프(EHP)의 수요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지역냉방도 지역냉방을 위한 냉동기·냉각탑·배관 등의 설치비용이 EHP 등 기존 전기냉방 방식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공동주택의 경우 이미 집단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으면서도 대부분 에어컨 등 개별 냉방 시설을 갖추고 있어 지역냉방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안은=이들 가스를 활용한 냉방 방식을 보급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경제성을 확보해주면 된다. 물론 소비자의 인식과 관련 인프라도 부족하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가스냉방 보급 활성화 정책은 초기 부진했던 성적표를 거울삼아 올해는 대대적인 손질을 거쳤다. 가스냉방의 경우 흡수식은 설치비의 15%, GHP는 20%까지 지원해준다. 설치비만 놓고 보면 흡수식은 전기를 사용하는 빙축열 방식에 비해 저렴하고 GHP는 EHP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냉방용 요금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도시가스업체에 공급하는 도매요금은 원료비의 75%만 받고 있으며 소매요금을 결정하는 지자체에도 도움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지역냉방도 올해부터 신설된 보조금 지원으로 인해 어느 정도 경제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정부 한 관계자는 “보조금 덕에 설치비용은 유사해졌고 사용량에 따른 전기의 누진세를 고려하면 경제성이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보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기요금이 적정하게 부과되고 소비자의 인식 전환과 관련 인프라 구축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최호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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