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를 내놓자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또다시 애플발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기존 비즈니스의 틀을 바꾼다는 극찬에서 수많은 서비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부정적인 반응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애플이 통신업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는 것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통신시장의 빅뱅이 사실상 ICT업계 전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경계가 사라진 전장=과거 통신업체의 경쟁사는 또다른 통신업체뿐이었다. 통신산업의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아 한번 시장 구도가 형성된 이후에는 제한된 ‘플레이어’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일은 있었지만 경쟁사는 항상 정해져 있었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였다. 앞 또는 뒤에 있는 경쟁사만 견제하면 통신시장에서 영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애플, 구글에서 시작된 모바일 생태계의 변화는 통신업계 게임의 규칙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동반자 관계였던 단말기, 포털, 콘텐츠업체는 경쟁자로 돌아서 통신사의 매출을 잠식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현재진행형이어서 언제어디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변해야 산다=해외 통신업계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음성통화 매출이 떨어지고 애플, 구글 등의 공세에 시달리기는 해외 통신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영국 BT는 지난 5년 사이 30여 차례에 걸친 인수합병(M&A)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IT컨설팅 분야 역량을 강화했다. 미국 AT&T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33건의 M&A를 단행했다. AT&T는 기존 통신서비스 영역의 우위를 이어가는 한편 모바일커머스, 모바일애플리케이션, 웹브라우저 관련 업체를 인수하며 새로운 무기를 갖춰 나갔다.
기존 통신사업 포트폴리오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컨버전스사업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빅뱅의 승자는=SK텔레콤의 플랫폼부문 분사, KT의 컨버전스 그룹 경영, LG유플러스의 탈통신 전략 등 국내 업체도 통신시장 빅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2년이 통신 분야의 컨버전스 빅뱅을 시작하는 기간이었다면 앞으로의 화두는 이를 어떻게 실제 수익창출로 이어가느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서비스 창출 △비통신서비스 사업 강화 △이종 산업체와의 협력 생태계 조성 △과감한 M&A와 조직개편 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춘성 연세대 교수는 “통신사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국내 고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기술환경과 제휴가 필요하다”며 “기술을 선도하는 이들과 적극적인 제휴를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통신사 브랜드를 글로벌화하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통신네트워크로는 가입자당매출(ARPU)를 높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컨버전스사업으로 ARPU 감소를 상쇄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만한 사업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모험을 감행해야 할 순간”이라는 지적이다. 통신시장 빅뱅을 향한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높은 수가 나올 수 있도록 멈추지않고 계속 주사위를 굴려가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이호준·정진욱기자 newlevel@w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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