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야가 희토류 사용량을 70%나 줄일 수 있는 하드디스크 플래터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중국의 수출 규제와 가격 상승 탓에 희토류 수급이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서 호야가 개발한 신기술은 처지가 비슷한 우리나라 전자부품 및 자동차 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닛케이산업신문은 호야가 ‘세륨’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하드디스크 플래터를 생산한다고 7일 보도했다.
플래터는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표면 거칠기를 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연마제가 세륨이다. 호야는 3차례의 플래터 연마 공정 중 세륨을 가장 많이 쓰는 한 번을 지르코니아(산화지르코늄)로 대체, 세륨 사용량을 크게 줄였다.
세륨은 플래터 이외에 LCD용 유리나 실리콘 웨이퍼 연마 용도로도 널리 쓰인다. 호야는 세륨을 전량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지르코니아는 남아프리카 지역과 호주에서도 생산돼 세륨에 비해 수급이 원활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반면 연마 효과는 세륨이 높아 생산 비용 면에서는 오히려 지르코니아가 높다.
<뉴스의 눈>
세계 플래터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호야가 생산 비용이 증가하는데도 세륨 대신 지르코니아를 선택한 이유는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희토류는 내열성이 높은 17종류의 원소를 통칭하는 말이다. 정밀도가 높아야 하는 전자 부품의 연마제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모터용 자석 등 희토류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희토류는 중국뿐 아니라 아프리카나 북미와 남미, 호주 등에도 다량으로 매장돼 있지만 채굴 후 정제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인건비가 싼 중국이 시장의 90% 가량을 독점하는 양상이다.
최근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면서 가격 급등은 물론, 수급마저도 원활하지 않다. 중국은 작년부터 희토류를 자원 전쟁 무기로 활용해왔다. 2009년에 비해 2010년 희토류 수출 물량은 40%나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 추세는 이어져 35% 감축을 결정했다. 가격도 천정부지로 상승 중이다. 세륨의 가격은 작년 6월 10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7월 이후 급상승, 올해 5월 말 시점에는 150달러에 근접했다. 1년 만에 13배나 오른 셈이다.
일본은 민간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희토류 중국 의존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거나 재활용하는 기업에 설비 투자비를 보조해준다. 호야의 플래터 제조 공정 변화도 이 지원을 받아서 이뤄질 예정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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