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LG빠`를 만드는 법

 전쟁이다. 전략은 극비다. 불과 일주일만에 확 바뀌는 것도 다반사다. 행여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세계적 뉴스가 된다. 일거수일투족에 지구촌이 열광한다. 모바일기기 시장 왕좌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애플 이야기다.

 팬들의 전쟁은 더 뜨겁다. ‘삼성빠’와 ‘애플빠’로 불리는 이들은 툭하면 ‘댓글 패싸움’이다. 다소 맹목적이어서 사이비 종교집단 같다. 갑작스런 스마트폰 혁명이 촉발한 독특한 사회현상이다.

 그런데 싸움을 보고 있으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노키아·LG전자·모토로라 등 ‘왕년의 주먹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함께 ‘휴대폰 코리아’를 이끌어온 LG전자 부진은 뼈아프다.

 불과 2년여만에 삼성과 LG의 차이가 생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변화에 대한 적응 속도에서 찾는다. ‘아이폰 충격’으로 대변되는 스마트 혁명에 삼성이 발빠르게 대응한 반면에 LG는 방심했다는 것이다.

 크게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삼성이 적응할 정도면 글로벌 기업 LG도 약간의 시차가 있어도 금방 적응했어야 하지 않을까.

 여러 반론의 여지가 있지만 기자가 생각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AP’ 반도체 제조기술의 내재화 여부다. 삼성은 AP를 자체 설계한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 AP 성능에 맞춰 모든 설계도가 그려지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경쟁력이다. 자체 AP가 없어 퀄컴, 엔비디아, TI 등을 전전한 LG와는 천양지차다. 애플도 AP만은 자체 설계하고 있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 역량이다. 똑같은 하드웨어 사양의 스마트폰을 내놓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휴대폰 속에 들어가는 SW의 최적화 수준이 실행 속도, 터치감, 유저 인터페이스 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최근 독자 앱스토어 ‘삼성앱스’와 독자 OS ‘바다’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AP와 SW의 공통점은 역량 확보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보통 AP 하나를 설계하는데 1년6개월이 소요된다. 삼성도 늦었지만 그나마 빠르게 쫓아갈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경험을 축적해온 반도체사업부와 미디어솔루션센터와 같은 외곽 조직과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요즘 독해지고 있다. 2년여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독해졌다. 서서히 감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반기에는 아이폰이나 갤럭시 시리즈에 견줄 ‘플래그십 모델’ 출시 소문도 무성하다. 내년엔 자체 AP를 탑재한 모델 출시 소식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2년여간 쨉만 날린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현 시점에서 구 부회장의 오너십 경영은 그래서 빛날 수 있다. 움츠린 개구리가 멀리 뛰는 법이다. 시간이 걸려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LG빠’도 볼 수 있다.

장지영 모바일정보기기팀장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