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비통신사업 부문 분사라는 히든카드를 꺼내면서 통신시장의 컨버전스 대전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2~3년간 KT와 LG그룹이 통신부문 계열사 통합으로 1차 컨버전스 대전을 치른 바 있는 통신업계가 이제는 비통신사업 분사라는 새로운 시도로 신규 사업의 성공과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대장정에 들어갔다. ‘빨랫줄 사업’으로 대변돼온 그간의 통신이라는 틀을 벗고 토털 융합서비스 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통신업계의 몸부림에서 컨버전스 기업의 미래 방향성을 3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시리즈기획]통신빅뱅 시즌2 돌입
상 : 융합인가 분리인가, 탈통신인가
중 : 통신 3사 전략과 고민
하 : 빅뱅 최후의 승리자는
지난 2009년 6월 1일 통합KT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장. 이석채 회장은 ‘통신’이 아닌 ‘컨버전스’를 화두로 꺼냈다. 통신업계 컨버전스 대전의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2년의 시간이 흐른 뒤 2011년 5월 31일 하성민 SK텔레콤 총괄사장은 회사를 통신과 비통신으로 나누어 별도법인으로 분할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틀에서 새로운 컨버전스 시대를 열겠다는 선전포고다.
통신업계가 새로운 진용을 갖추고 원점에서 진검승부에 들어갔다.
2009년 KT의 ‘컨버전스 리더’ 전략 발표 이후 이듬해 1월 출범한 통합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의 ‘탈통신’ 전략과 SK텔레콤의 산업생산성증대(IPE)·플랫폼사업 강화로 본격화된 컨버전스 경쟁이 새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KT는 최근 통합 출범 2주년을 맞아 ‘IT컨버전스그룹’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KT는 계열사 간 협력 강화와 금융·클라우드·미디어 컨버전스 사업 확대로 비통신사업 매출 비중을 지난해 27%에서 2015년 45%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린 것을 만회하려는 듯 소셜네트워크(SNS), 뉴미디어, N스크린 분야에서 탈통신 전략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도 그룹 차원의 컨버전스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KT와 마찬가지로 그룹 컨버전스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과감하게 통신(MNO)과 플랫폼 사업 분리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SK텔레콤은 N스크린, 전자상거래, 위치기반서비스(LBS), 모바일광고, TV포털 등의 플랫폼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제2의 구글과 애플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통신업계의 이 같은 변신 노력은 현재의 상태로는 안된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사업으로는 앞으로의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고 신사업을 적극 육성,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몸부림의 결과다.
3사 모두 지난 2년여간 컨버전스, 탈통신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성숙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초기 단계에 머물렀다. 일부 사업조직은 흡수·통합되거나 개편되는 등 시행착오도 거쳤다.
그 사이 기존 핵심 사업 부문인 이동통신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LG유플러스의 1분기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은 전년 동기 대비 6.8%나 줄었고, SK텔레콤과 KT의 ARPU도 같은 기간 각각 3.8%, 3.3%씩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통신사업의 성장성은 제한돼 있어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새롭게 추진하는 컨버전스 사업의 속도는 더뎌 고민이 많다”며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앞으로는 기존 통신이 아닌 새로운 신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창출하는데 중점을 둔 컨버전스 사업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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