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KMI를 이끌기로 최종 결정을 내리면서 4이동통신 사업 허가권 이슈가 하반기 통신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에서 갖는 양 전 장관의 무게감과 비중을 고려할 때 주무 부처인 방통위도 적잖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새로운 사업자를 통한 기존 통신사업자의 견제,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 등 현안 이슈를 해결하는 일종의 ‘보완 카드’라는 요인도 허가권 결정에서 무시못할 배경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양 전 장관은 ‘와이브로의 개척자’로 불릴 정도로 와이브로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높아 사업 허가권 최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양승택 전 장관은 와이브로와 인연이 깊다. 이번 결정도 양 전 장관의 와이브로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장관과 와이브로 인연은 지난해 출간된 자서전 ‘끝없는 일신(日新)’에서 잘 드러나 있다. 저서에서 그는 TDX 개발과 수출 실현, 행정전산망, CDMA 개발과 수출 실현 그리고 4세대이동통신인 와이브로 개발이 IT강국 코리아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양 전 장관은 장관 재직시절 HDTV 변조효율이 당시의 이동통신 변조효율보다 세 배 이상 높다는 점을 인식하고 광대역모바일 인터넷을 강점으로 4G 통신기반 기술 아이디어를 착안했다고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다. 특히 당시 이동통신에서 VOD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이 가입자도 모르게 수백만원에 달하는 문제가 노출되는 등 2G 이동통신의 데이터 전송효율은 한계를 드러낸 상황이었다.
이에 양 전 장관은 ETRI에 ‘HDTV 변조방식과 IP패킷 방식을 적용하면 30배 이상의 전송효율을 얻는 광대역 모바일인터넷 전송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프로젝트 시행을 지시했다.
당시 ETRI연구진에게 “ETRI는 TDX(1986년), CDMA(1996년) 등 10년 주기로 히트를 했는데 2006년에는 광대역 모바일인터넷 기술로 우리 힘으로 세계 첫 4G 이동통신시스템을 개발하자”고 독려했다. ETRI는 해당 프로젝트를 ‘핸디인터넷’이라고 이름 짓고 2004년까지 기본 타입을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하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당시 천경준 삼성전자 부사장이 프로젝트를 지원키로 의기투합했다. 또 우연찮게도 고정 통신용으로 사용되던 2.3GHz 대역의 WLL(무선가업자망) 주파수가 자진 반납되고 이것이 핸디인터넷용으로 배정되는 행운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양 전장관이 동명정보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핸디인터넷 프로젝트는 관심 부족으로 삼성 하청 프로젝트로 전락했다. 결국 ETRI는 시스템 개발 결과를 삼성전자에 몽땅 팔아넘겼다.
와이브로 개발 주역이 ETRI가 아닌 삼성전자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히 이 프로젝트는 삼성의 노력과 함께 와이브로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의 포스트 3G시스템으로 상용화하고 최근 제4이동통신 방식으로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양 전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CDMA의 경우 지난 수년간 수출 실적이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나 와이브로는 2009년 한해에만 수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획기적 기술임에도 국내에는 전담 사업자가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양 전 장관 본인이 직접 상용화한 와이브로를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꽃피울 수 있을지 다시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병준·정진욱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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