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7월 1일부터 ‘방송프로그램 국내제작 인정기준(안)’을 시행한다. 국내인이 제작비의 30% 이상을 대고, 외국과 맺은 공동제작협정에 따라 만든 방송프로를 국내제작물로 보는 게 요체다. 외국에서 제작한 운동 경기 중계방송프로 가운데 한국 팀이나 선수가 출전하고, 우리말로 해설·중계한 것도 국내제작물로 인정한다. 영국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나 미국 클리블랜드인디언스의 추신수 선수가 나온 경기를 우리말로 중계하면 국내에서 제작한 것으로 여기겠다는 얘기다.
‘방송프로 등의 편성에 관한 고시’를 바꾸는 것이기에 큰 변수가 없는 한 국내제작 인정기준(안)은 방통위 뜻대로 시행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국내제작 인정기준과 절차를 마련함에 따라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고, 해외 인력을 활용하는 등 국내 방송프로 제작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과연 그럴까. 아니, 상식에 어긋난다. 특히 운동 경기 중계방송 프로 관련 기준은 말이 안 된다. 돈(중계료) 주고 산 외국 방송프로를 두고 국내에서 제작한 것으로 인정하겠다니 지금 제정신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제작’이라는 단어부터 찾아보라. 돈 주고 통째로 사들이는 것 말고, 재료를 가지고 기능과 내용을 가진 새로운 물건이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게 ‘제작’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전체 방송시간의 40% 이상을 국내제작물로 편성해야 한다. 상식에 어긋난 국내제작 기준은 종합편성(종편) PP로 나설 동아·중앙·조선일보와 매일경제가 ‘국내제작물 편성 규제’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개연성이 크다. 이 기준이 방송은 물론 미디어 생태계까지 뒤흔들, ‘종편을 위한 차별적 규제’의 징조가 아닐지 우려된다. 이러다 우리말로 더빙한 외국 영화까지 국내제작물로 인정해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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