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폭발 일보 직전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와 통신사업자는 대책을 수립하기보다는 책임 소재를 놓고 ‘핑퐁 게임’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데이터 트래픽 주요 요인으로 떠오른 ‘과다 사용자(헤비 유저)’를 놓고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통신사업자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에 따르면 국내 전체 유선 트래픽은 IPTV 등 새로운 신규 서비스에 힘입어 최근 4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무선 트래픽도 애플 ‘아이폰’이 도입된 2009년 10월 이후 불과 1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SK텔레콤이 분석한 자료에 2010년 1월 147테라바이트(TB)에 불과하던 트래픽이 6월 210TB에 이어 11월 1554TB로 1여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후 탄력이 붙은 데이터 사용량은 12월 2282TB에 이어 1월 3079TB로 불과 2개월 만에 지난 1년 동안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SK텔레콤 측은 “데이터 사용 총량이 지난해 1월 147TB에서 올해 1월 3000TB를 넘어서면서 1년 만에 21배가량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이런 추세라면 멀지않아 망 포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KT 사정도 다르지 않다. KT는 올해 1월 기준으로 유선 네트워크 수용률은 85%로 거의 포화 직전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무선 데이터 사용량은 SKT와 마찬가지로 극적으로 성장해 지난해 말 119%로 이미 적정처리 용량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석호익 KT 부회장은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대용량 동영상 트래픽을 감안하지 않고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수요 예측도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소수의 헤비 유저가 한정된 네트워크 자원을 독점해 일반 이용자의 품질 저하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유선에서 5% 헤비 유저가 49% 트래픽을, 무선에서는 불과 1%사용자가 45%트래픽을 점유하고 있다. 이는 가입자 1명이 대역폭 독점한다고 감안할 때 주변 가입자는 최소 29배에서 265배까지 시간 지체 현상을 빚을 수 있는 수치다.
그럼에도 통신사업자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대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일부 헤비 유저에게 각사가 정한 일일 사용량을 넘어서면 경고 수준의 데이터 요금제를 정하고 사용 제한 조치를 취하지만 사실상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당장 망 투자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만 정부에 화살을 돌리거나 주변 환경을 탓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신사업자 측은 “대규모의 네트워크 투자가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막대한 투자비를 모두 사업자가 감당하라고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정부의 일부 투자 분담이나 제휴와 협력으로 망 대가 부담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며 한발 뒤로 물러난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방통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IT강국 코리아를 위해서는 모바일 생태계 구축만큼 네트워크 투자가 절박하면서 당장 필요한 사안이지만 정작 망 투자에 앞장섰던 통신사업자가 발뺌하면서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부분 종량제의 도입, 와이브로 망 활용, 700㎒ 대역의 주파수 100M 활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부분 종량제는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의 10%가 90%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단계별 차등 요금제를 도입, 필요 이상의 트래픽 유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사업자들 또한 이 제도를 도입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업자는 매해 영업이익률을 매출의 두 자리가 넘는 수조원대를 벌어들이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정부는 통신사업자만 바라보고 있다”며 “차일피일 투자가 지연되면서 불과 10년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네트워크 인프라가 이제는 후진국에도 밀리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표>SK텔레콤 트래픽 증가 현황(2010년 1월~2011년 1월)
1월 147
2월 141
3월 159
4월 164
5월
6월 210
7월 331
8월 493
10월 1,213
11월 1,554
12월 2,282
1월(2011년) 3,079
단위(TB/월)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SK텔레콤 트래픽 증가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