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생활 보호법 법적 논쟁 심화

　유명 프리미어 리거가 트위터와 이용자를 고소하면서 영국 내에서 사생활 보호법을 SNS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CTB’란 별명으로 알려진 이 축구선수는 최근 모델과의 불륜설이 나돌자 법원에 보도금지 요청을 했다. 이후 주요 매체는 이 선수의 실명 및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지만, 트위터에서는 3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그의 실명과 관련 내용을 담은 글을 남겼다.

　이 축구선수가 트위터와 관련 내용을 유포한 이용자들을 고소하자, 현재 사생활 보호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과 SNS도 사생활 보호법 상 보도금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영국은 인권보호법 8조에 따라 유명인이나 개인이 사생활을 보호받기 위해서 관련 내용에 대한 보도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보도금지가 통과되면 주요 매체는 관계자의 실명은 물론이고 관련 내용자체를 보도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보도금지 된 내용이 SNS를 통해서 폭로되면서 법의 실효성과 적용 범위에 대한 논란이 첨예해지고 있다.

　영국의 정부와 사법부는 사생활 보호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로 SNS도 이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 13일 ‘M’으로 알려진 한 43세 여성이 안락사를 선택하자, ‘M’의 어머니가 요청한 보도금지 요청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포함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문화부장관은 “SNS가 사생활 보호법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SNS를 통해 사생활이 노출되는 점을 반영해 법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옹호론자들은 SNS까지 사생활 보호법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SNS는 개인이 사용하는 공간이라 사생할 보호가 적용될 수 없을 뿐더러 온라인 상에서 보호금지가 사실상 작동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인디펜던트지의 슈페판 글로브 기자는 “법원이 강요할 수 없는 것들을 강화하려 한다”며 “법원은 21세기에 맞게 깨어나야 한다”고 비난했다.

　또, 미국을 기반으로 하는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에 영국 현지의 법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트위터는 아직까지 이번 고소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CEO인 비즈 스톤이 지속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온 만큼 소송에 순순히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