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자 자본, 한국 IT기업 인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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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 자본이 한국 IT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우추취는 넘쳐나는 외환보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장려하는 해외투자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투자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 IT산업을 주목할 것을 기업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관련 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수 등 투자대상으로 한국 IT기업을 찾는 중국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과거 투자 실패 사례로 거론되는 쌍용자동차와 하이디스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강병수 KOTRA 중국 베이징KBC 차장은 “중국기업의 인수(M&A) 대상이 미국, 유럽에서 최근에는 한국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자금력이 부족하지만 기술력을 갖춘 IT기업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KOTRA 베이징KBC를 통해 한국기업 인수를 타진한 사례로는 500만~1000만달러 규모로 인수할 회사를 찾아달라고 제안한 중국 게임업체 P사를 비롯해 지분투자 결정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또 다른 게임업체 G사 등이다. 다른 중국기업은 코스닥 상장사로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무선통신기업 S사 지분인수 가능성을 제안했다.

 KOTRA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인 해외투자 정책을 펼쳤으나 한동안 마구잡이식 투자로 실패사례가 속출하자 주요 국가 및 지역별로 유망투자처를 정하고 있다. 한국은 IT와 자동차 관련 산업을 투자처로 꼽았다.

 벤처캐피털업체 엠벤처투자 홍성혁 대표도 “작년 말부터 중국과 대만업체들이 한국기업 인수를 위해 막대한 돈을 들고 백방으로 뛰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들 중국 기업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주요 분야로 게임, 녹색, LCD 부품 등을 꼽았다.

 중국의 이같은 한국 IT시장에 대한 투자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보다는 경제활성화 측면과 함께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특히 ‘먹튀’를 우려해 사회 전체적으로 경계에 나설 경우, 자본 유치 및 중국과의 장기적 윈윈(Win-Win)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중국 자본이 많이 올 것 같았으나 의외로 활성화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기술만 빼앗는다는 인식이 많았고, 중국에서도 투자를 잘못했다가는 본전도 못 건진다는 시각이었다”면서 “중국에서 투자를 하는 것은 기술에 관심이 있는 것인 만큼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필요한 기술을 제 값을 받고 판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정오 KOTRA 베이징KBC센터장도 “중국의 한국기업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많이 갖고 있는데 이제는 중국이 부국이 됐으니 이를 받아들이고 중국 자본을 활용해 시장 파이를 함께 넓혀나가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중국)=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