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매각 공고일인 18일 정치권과 금융권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며 격랑에 휘말렸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 산은지주 한 곳만 입찰시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종 책임에서 빠져나갈 논리를 만들어 놓았다. 정부 계획대로 9월 본입찰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게 됐다.
이날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는 초대형 관치금융을 만드는 정치적 매각 행위”라며 “대기업 금융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금융과 산업은행을 모두 국책은행화 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다”며 정면 비판했다. 앞으로의 입찰·매각 일정에서 당 차원에서 철저한 책임 규명과 저지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 대표는 “다른 금융지주회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은 모두 막고 산은금융의 인수에 따르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은 비판받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의 매각 방법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공적자금이 투입돼 사실상의 공공 금융 성격인 우리금융을 국책 금융인 산은지주에 넘긴다는 것은 관치금융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발발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우리금융을 산은지주에 합병시키겠다는 시나리오는 정부가 거대 국유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하면서 경제 전반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관치금융 논리”라고 정면 비판했다.
산은지주가 실제 입찰에 나서더라도 낙찰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른 경쟁입찰자가 없는 상황에서 1개사 입찰로는 매각이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상기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일단 (입찰자가) 하나면 유찰이라고 볼 것이다. 공자위 권한으로 한 곳이 입찰해도 결정할 수는 있지만, 공동위원장 입장에서는 유찰로 하고 한 번 더 하는 걸로 유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자연히 산은지주 입장에선 경쟁자가 나서주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KB는 일단 공식적으로 한발 뺀 상황이고 나머지 가능성이 있는 신한지주와 하나지주 정도다.
신한지주는 조흥은행과 LG카드 등 대형 금융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실탄을 소진한 상황이라 입찰 자격이 있다해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나머지 하나지주도 론스타와의 협상에 전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 눈길을 줄 상황이 아니다. 다만 외환은행 인수가 최종 불발로 끝나면 우리금융 인수에 전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산은지주의 인수 행보에 누가 희생타를 날려줄지도 앞으로 남은 중대 관심사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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