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현대인의 삶의 한 부분이라는 현실에 대한 인식과 게임에 대한 과학적 논의 없이 이뤄지는 일방적 규제는 무의미합니다.”
최훈석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는 “게임은 다른 모든 현대 문명과 마찬가지로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양날의 검’”이라며 “순기능은 촉진하고 역기능은 억제하는 균형 있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3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지난해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문제를 진단하기 위한 ‘게임 행동 종합 진단 척도’를 개발했다. 게임의 장점을 살려 선용하는 청소년과 그렇지 못한 청소년, 게임으로 인해 문제적 행동을 보이는 청소년과 그렇지 않은 청소년 등으로 분류를 세분화해 기존 ‘정상-중독’이라는 이분법적 모델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론을 제시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연구 결과, 70%의 청소년들은 게임을 선용하지는 못하지만 특별한 행동적 문제도 겪지 않으며 5% 정도의 소수만이 문제를 겪는다”며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는 게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일부 문제를 겪는 청소년들에게 적극적인 치료와 상담을 제공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이 못된다. 셧다운이라는 극단적 규제를 통해 단기적인 제한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이끌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게임 시간 중심의 규제는 자극적 콘텐츠 추구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일상적 규제를 강요해 통제 둔감증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셧다운제는 게임이 끼치는 영향과 셧다운제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이고 엄밀한 연구도 없이 시행이 결정됐다. 최 교수는 “현재 게임 및 인터넷 환경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며, 셧다운제의 잠재적 부작용보다 이득이 크다면 셧다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연구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게임의 교육적 활용 등에 수천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는 미국 등 해외 동형에 비추어 볼 때, 게임에 통금 시간을 두자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한참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게임 문제는 청소년들의 전반적 생활의 단면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가정 환경, 부모의 양육 방식, 학교 생활 등 청소년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 환경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게임 과다 사용으로 인한 문제들은 정확하게 진단해 효과적인 개입 대책을 만들고, 한편으론 게임 선용을 위한 인터넷 사용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게임에 대한 이해 없이 막연한 공포에 휘둘린 채 법적 규제를 남발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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