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군 이래 최대 과학기술 프로젝트’로 불리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대전 대덕특구를 선정했지만 아직 남은 과제도 만만찮다. 그간 추진과정에서 일어난 온갖 잡음의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인데다 앞으로 필요한 천문학적 자금조달 여부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기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추진과정만 놓고 보면 과학벨트가 아닌 정치벨트라는 말이 어울린다”며 “정권이 바뀐 뒤에도 당초 계획대로 구축작업이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적 투자 예산=가장 큰 문제는 예산 확보다. ‘과학벨트 조성사업 추진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과학벨트 구축에 당초 계획보다 1조7000억원이 늘어난 5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사업 후반기인 2014~2017년에 무려 3조9700억원의 재원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데, 정권이 바뀌는 등의 변화에도 예산 투입이 계속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학벨트 땅 매입비 등 용지 조성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5조2000억원의 과학벨트 사업비에는 용지 관련 예산이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본격 사업이 추진되면 정부나 거점·기능지구로 선정된 지자체가 땅과 관련된 돈을 따로 내놓아야 한다. 거점지구로 선정된 대전을 곤혹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과학벨트 부지 확보에도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1조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당장 내년에 소요되는 4100억원의 예산조차 아직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거대 과학시설인 중이온가속기 역시 당초 정부가 계획한 2016년 완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념설계는 마쳤지만 예산이 없어 상세설계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세설계를 위한 예산 확보도 문제지만 완공시기 자체가 2년 이상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벨트추진단 측은 “이제부터 과학벨트 거점·기능지구 지자체와 부지 매입비용 규모와 분담 형태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연말까지 마련할 ‘과학벨트 기본계획’에 상세 내용을 담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변수 차단=과학벨트가 정치권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어려운 숙제다. 지난 16일 발표된 거점지구 최종 결과가 이틀 전 여당 고위층으로부터 흘러나오면서 과학벨트위원회는 한마디로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거점지구로 선정된 대덕특구를 위해 다른 지역들이 들러리를 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영남권은 물론이고 호남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1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학벨트는 대덕과 대구·광주 연구개발특구가 그물망처럼 연결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영호남 지역의 반발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지역 간 협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거점지구 선정 결과에 대한 행정소송까지 준비하고 있어 과학벨트 추진일정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과기계 역시 정치권을 우려하고 있다. 과기계 주요 단체는 17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앞으로 진행되는 과학벨트 구축작업에 정치적, 지역적 이해관계는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계는 “과학기술계의 염원이 현실화 단계에 들어선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과학기술인들은 과학벨트가 일체의 정치적·지역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오직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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