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40주년을 맞은 KAIST가 2025년까지 세계 초일류 과학기술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17일 발표했다. 대덕 단지를 과학벨트 거점으로 삼은 것과 맞물려 시의적절한 비전이다. 무엇보다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잔뜩 위축된 이 대학 교수와 학생에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활력을 하루빨리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비전이 외형 성장에 치우쳤다. 우수 인재가 몰리는 이 대학 구성원의 최정예를 집중 지원하면 목표로 한 지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기대가 단지 이것뿐일까.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 배출보다 더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을 이 대학이 하길 원한다.
초고속 경제 성장의 지렛대 구실을 한 KAIST는 2000년대 이후 기술산업과 벤처경제 성장에도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이 기능이 약화됐다. KAIST 발 획기적인 기술이나 스타 벤처기업을 본 지 오래다. 시장 환경 변화가 작용했겠지만 어느 순간 이 대학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모험 정신이 사라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본다. 치열한 경쟁만 독려한 서남표식 혁신의 역효과는 아닌지 살펴볼 만한데 새 비전엔 그 고민의 흔적이 없다.
우리는 KAIST 교수와 학생이 종신교수직과 학점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을 수 없는’ 지적 호기심과 인류애를 충족시키고, 납세자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 밤새워 공부하고 상상력을 키우길 바란다. 이들이 과학기술과 산업계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영역까지 진출해 과학기술의 힘을 곳곳에 뿌리 내려 우리 사회에 과학벨트 논란과 같은 소모적 논쟁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만들기를 바란다. 이렇게만 한다면 우리는 이왕 내는 세금을 기꺼이 내려 하는데, 과연 KAIST는 준비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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