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를 말하다] <8>이승훈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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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셧다운제로 청소년 게임과몰입 문제가 해결될까요?”

 이승훈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은 셧다운제가 청소년 게임과몰입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 게임과몰입 문제를 해결하기 나온 방법이 셧다운제임에도 정작 실효성은 낮고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 부작용만 예상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청소년 보호 담당인 여성가족부조차 셧다운제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도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인인증제도 강화 등 부작용을 막겠다는 생각으로 추가적 규제 장치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았다.

 “야간에 누가 얼마나 게임을 하는지 모릅니다.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무조건 야간에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면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죠.”

 이 회장은 인디게임 공모전 개최와 중소 개발사 지원으로 청소년과 개인 개발자의 창의적인 게임 개발을 돕고 있다. 또 대학에서 게임관련 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다.

 그는 “게임이 청소년 유해매체이라면 전국의 게임관련 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 없다”며 “학교에서 범죄자를 양산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안타까운 감정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두 딸을 둔 아버지로서 얼마 전 집 앞 초등학교에 운동장이 점점 줄어들어 마침내 없어지는 현상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학교 내에 건물을 추가로 지으면서 축구장이 사라졌다”며 건전한 놀이문화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게임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더 걱정했다. 사회·경제적 불균형은 저소득층가정, 다문화가정에서 더 심하게 나타났고, 게임 과몰입의 원인이 됐다.

 그는 가정에서 함께 게임을 해보면서 청소년을 이해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능하면 정부 지원 아래 복지와 교육환경의 전반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모든 산업은 양면성이 있다는 말로 게임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햄버거나 콜라도 많이 먹으면 몸에 나쁘다”며 이때 가정에서 올바른 식습관을 지도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왜 게임에 몰입하는지 아세요? 게임에서도 1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회장은 ‘일등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교육문화가 아이들을 더욱 게임에 집착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직접 자녀 혹은 학생들과 게임을 해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깨달은 생각이다.

 이 회장은 논리와 인과관계가 부족한 비난으로는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질 수 없다고 봤다. “강제적 법안이 시행되면 진짜 문제를 인식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논의할 기회가 막혀버린다”고 염려했다.

 셧다운제 시행과는 별개로 그는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개발자를 대상으로 건전한 게임 개발에 대한 논의의 장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게임회사가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한다”며 합리적 해결을 위해 정부·기업·가정·학교가 같이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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