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민영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금융권의 최대 화두다.

 민영화(民營化)란 말 그대로 국가 소유이거나 정부가 운영하던 기업의 경영권을 민간 또는 일반주주들에게 넘겨준다는 의미다.

 정부가 필요에 의해 단독으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던 주 사업 방향을 시장 흐름에 맡기겠다는 뜻도 된다. 민간 주도의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변화·혁신으로 글로벌 성장 모델을 만들어 내겠다는 전략적 포석도 담겨 있다.

 그런데, 이 민영화 작업에 대한 정부 시각과 주주나 투자자들의 시각에 너무 큰 편차가 존재한다.

 정부는 민영화 대상 기업을 민간기업들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견실하게 꾸려왔다는 환상에 빠진다. 그래서 이들 기업의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판다고만 하면, 입도선매처럼 주문이 몰릴 것으로 착각한다. 심지어 “정부가 지금껏 우량기업으로 만들어 놨으니, 이제 민간주주들이 들어와서 초우량 또는 초초우량기업으로 키워봐라”라는 의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제1의 가치를 ‘주주이익 실현’으로 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민영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한 사례는 포스코 등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작업에도 시장에서 자꾸 우려의 신호를 보내는 것은 바로 관치를 통해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가 아니라 관영화, 공영화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솔직한 표현일 정도다.

 민영화는 성장성과 주주가치 제고 능력을 가진 기업이라면 시장 기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투자가 이뤄지고 완성되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매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자체가 금융시장엔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최근 저축은행이나 론스타 사태에서 드러난 잇단 정부의 실책과 오판은 금융시장 전체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진짜 민영화’를 바란다면 시장이 사들 일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투자자들이 돈을 넣을 수 있는 성장성을 보여주면서 주주가치 실현의 비전을 제시하면 된다. 그 다음은 시장이 알아서 움직인다.

 이진호 경제정책부 차장 jho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