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최모(25·여)씨는 최근 출시된 ‘아이폰4 화이트’ 모델을 구입하고자 분당의 한 휴대폰 판매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판매상이 “아이폰4의 경우 기기 변경은 안되고 신규 가입만 가능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아온 포인트 등 다양한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아이폰4 화이트는 기기변경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열풍 이후 휴대폰 판매점의 비뚤어진 상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마트폰 교체 바람으로 판매점은 급증해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거짓·편법 마케팅이 횡행하지만 단계당국과 이동통신사들은 뒷짐만 지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통계청과 업계에 따르면 2010년 말 현재 휴대폰 판매점 수는 3만여개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직전인 2009년의 20336개에 비해 5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져 가입자 유치를 위한 편법 마케팅을 서슴없이 벌이는 형국이다.
최 씨의 경우처럼 판매점이 순증 실적을 높이기 위해 휴대폰을 사러 온 고객에게 거짓설명을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휴대폰 판매점에서 일을 했던 장모씨(27)는 “고객과 1분만 얘기를 나눠보면 어느 정도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판매상이 제공하는 설명은 고객의 정보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털어놨다.
잘못된 정보 제공과 함께 낮은 단말 가격을 제시하면서 수만원 상당의 부가서비스를 끼워 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휴대폰 할부원금이 포함된 요금제를 두고 ‘공짜’라고 광고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장씨는 “저가 스마트폰의 경우 휴대폰 단말의 할부원금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기존의 요금제를 사용해도 오히려 더 낮은 사용료를 내는 게 맞지만 판매점이 마진을 더 남기기 위해 요금제에 맞춰 단말 할부원금을 더 높이 책정, 공짜라고 말하며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편법 마케팅은 가입자 순증을 부추기는 이통사 대리점의 영업 전략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휴대폰 판매점은 이통사-대리점-판매점으로 이뤄지는 휴대폰 유통구조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보통 이통사가 대리점에 물품을 공급하고, 판매점은 대리점에 보증금을 내고 물량을 할당받아 판매한다. 판매실적이 좋은 판매점이 더 많은 물량을 싼 보증금에 확보할 수 있다. 당연히 인기 제품 물량을 많이 확보하면 더 많은 마진을 남기게 된다.
이 구조에서 가입자 순증이 아닌 기기변경은 판매점의 실질적인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제조사가 아닌 이통사의 고객을 얼마나 늘리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대리점은 해당 대리점에서 가입한 고객이 내는 통신요금의 일정 비율을 수익으로 가져간다. 당연히 대리점 아래 판매점 평가를 순증 실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거짓·편법 판매행위가 엄연히 불법이지만 정부 당국과 이통사는 관리책임을 미루고 있다.
방통위는 우훅죽순격으로 늘어나는 휴대폰 판매점의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휴대폰 판매점은 이통사와의 계약관계에 있는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방통위 소관 밖”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관계자들도 “대리점과 계약하고 있어 본사 차원의 관리가 힘들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조준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팀장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책임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며 “소비자도 판매점에서 설명한 약관과 요금제, 할부원금 등에 대해 이동통신사의 고객센터에 확인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의해야 할 휴대폰 판매점 상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