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록(語錄)’의 사전적 의미는 ‘위인들이 한 말을 간추려 모은 기록’이다. 요즘 들어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감칠맛 나게 한 말들을 ‘○○○ 어록’이라고까지 지칭하지만, 사실 어록을 남긴 사람은 역사 속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성경이나 불경의 일부도 어록이며, 논어나 맹자 역시 마찬가지다. 자서전이야 깜냥도 되지 않는 사람들도 간혹 내지만 어록은 다르다. 그만큼 의미 있는 말을 오랜 시간 동안 방대하게 해야 가능한 결과물이 어록이다.
새로 나온 책 ‘스티브 잡스 바로가기’는 한 마디로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어록이다. 스티브 잡스는 1955년 2월 24일 생이니 만 56세다. 어록을 남기기엔 턱없는 나이지만 그가 이뤄낸 업적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입양아 출신으로 청소년 시절 방황을 거친 후 1976년에 애플Ⅰ를 만든다. 이듬해 애플Ⅱ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그는 약관의 나이에 2억5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재산을 얻는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애플을 떠난 후 넥스트컴퓨터와 픽사 설립, 다시 11년 4개월 만의 애플 복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출시로 이어지는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 그 자체다. 혹자는 “스티브 잡스가 100년 후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분히 개연성 있는 말이다.
이 책은 지난 30여 년 동안 각종 공식석상이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그의 발언을 모았다. 각종 키노트, 명연설, 인터뷰, 대담, 회견, 공개편지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음미해볼 만한 대목만을 엄선해 원문과 번역문을 나란히 실었다.
출생의 비밀로부터 최근의 투병 휴가에 이르기까지 그의 일생을 아우르고, 애플Ⅰ에서 아이패드2에 이르기까지 그가 소개해온 제품들을 두루 다룬다. 성장의 아픔은 물론, 창조와 혁신의 경영철학까지 그의 값진 체험과 가치관이 진솔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크게 ‘이벤트별 어록’과 ‘테마별 어록’으로 나뉜다. 이벤트별 어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지 않는다. 편역자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아이폰을 발표한 지난 2007년 맥월드 엑스포 키노트 스피치가 가장 앞으로 나온 사실로 미뤄볼 때 독자의 관심도와 역사적 중요도를 감안한 배치라고 보인다.
테마별 어록은 더 명확하다. 경영과 혁신, 디자인, 과학기술, 아이폰 등 15개 테마로 구분했다. 이벤트별 어록과 테마별 어록을 나눈 발상은 독자에게 편리함을 준다. 원하는 내용을 빨리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역자는 서문 가장 앞에 ‘이 책은 작가의 개입 없이 독자가 직접 읽는 책’이며 ‘주인공의 언어로써 주인공을 바로 만나는 책’이라고 밝혔다. 위대한 인물을 알려면 그의 생각을 표현한 말을 살펴보는 방법이 바람직한데, 그 과정에서 작가의 개입이 때로는 군더더기가 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 개인뿐 아니라 애플과 나아가 IT 산업 전체의 어제와 오늘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모든 인용문의 발언 일자와 출처를 명기해 스티브 잡스나 애플 관련 연구 자료로도 활용 가능하다. 아울러 영어 원문을 그대로 실어 독해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을 통해 스티브 잡스의 위대함과 인간적 매력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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