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은 항상 보호와 훈육의 대상으로만 취급되어 왔습니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어요. 셧다운제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직접 영향을 받는 청소년 이야기가 한 톨도 들어있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최준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셧다운제 찬성론자들이 청소년을 위한다는 명분은 안 내세웠으면 좋겠다”며 “당사자들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은 채 수면권 보장 등을 수사처럼 붙이는데 이는 700만 청소년 인구를 함부로 다루는 처사”라고 말했다.
최 사무처장은 문화연대가 갑자기 청소년 게임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산하 문화사회연구소를 통해 게임비평 등의 연구를 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청소년 문화권과 게임 이야기가 맞물렸다는 이야기다.
최 사무처장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게임이 청소년에게 주어진 유일한 문화 활동이 되어버렸다며 게임을 유해매체가 아닌 문화콘텐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 말고는 할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학원 한두개는 기본이고요. 도시로 좁혀보자면 굉장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놀이 공간 그리고 힘든 학업의 도피처가 게임이죠.”
최 사무처장은 청소년들이 게임 안에서 거의 모든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과도한 학업 스케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유일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막기 시작하면 다른 일탈행위로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해소방식이 옮겨가게 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최 사무처장은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게임 과몰입 현상이 심각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마약 혹은 술·담배처럼 중독이라는 단어를 쓸 종류의 현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게임 과몰입이 게임 때문이라면 마약처럼 이를 이용하는 모두에게 중독 문제가 나타나야 합니다. 과몰입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습니다. 셧다운제는 편리한 발상이지만 근본적인 치유방법은 아닙니다. (과몰입) 원인에 대한 고민과 집중적인 탐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 사무처장은 청소년 게임문화를 부정하는 방식으로는 게임 과몰입 현상을 해결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임을 적대시 하지 말고, 하나의 콘텐츠로 인정해 가정과 학교에서 터놓고 이야기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문화부와 여가부 양부처가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사무처장은 셧다운제 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진행하는 한편, 청소년보호법 폐지 및 대체입법 운동도 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은 법안의 효력이 발휘되는 11월 전에 제기할 계획이다. 국제기구에 이 문제를 호소하고 대국민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최 사무처장은 셧다운제 법안이 실린 청소년 보호법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의 설립 취지가 청소년들을 사회문화적으로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하고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죠. 보호법을 폐지하고 청소년 기본법·청소년 문화진흥법으로 다시 정책을 짜야합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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