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대지진이 발생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일본 업체들은 아직까지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일본 현지 부품 생산 및 유통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국내 전자제품 공급까지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달 27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한 일본 경제무역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55개 대기업과 25개 서비스업종 기업을 조사한 결과, 30% 가량이 아직까지 부품·소재 대체 구매처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들은 대부분 올 가을까지도 부품·소재 수급난을 100%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나소닉 등 주요 전자업체들은 통상 두 달 정도 쌓아놓는 부품 재고가 바닥남에 따라 이달부터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제조설비를 복구했다고 해도 전력설비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아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니콘이미징코리아 관계자는 “지금도 계획정전이 실시되고 있고 이것이 제품 생산에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 주요 전자업체들은 신제품 출시를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달 말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새로운 홈시어터 시스템 출시를 당분간 늦추기로 했다. 생산이 대부분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 이전한 상황이지만 부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카시오도 당초 지난달로 예정한 신형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출시를 연기하기로 했다.
일본 현지의 부품·소재 부족사태는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전히 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
용산전자상가의 한 카메라 판매업체 대표는 “물량이 부족해 성수기인 3~4월 두 달간 카메라 판매량이 3분의 1로 줄었다”면서 “지금도 15%에서 최대 25%까지 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사재기를 하다보니 평소 때보다 재고가 더 많아지는 기현상도 일어나고 있다”면서 “렌즈는 이달 말, 본체는 다음달 말이나 돼야 수급이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전자업체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 이들은 제품 공급 부족의 와중에 판매가격을 올려잡은 주범이라는 따가운 눈총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관계자는 “생산에도 일부 차질이 있는 데다 계획정전과 물류 문제가 겹쳐 국내까지 제품이 공급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면서 “어느 순간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고 단계적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지금으로서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니콘 관계자 역시 “전반적으로 일본 전자 제조업이 위축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올림푸스한국 관계자도 “이러한 문제가 정상화 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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