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통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정부가 무방비하게 대처해 온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회적인 관심을 나타낸 일이니까요.”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은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보호 업무를 맡으면서 그 동안 소외됐던 청소년 문제에 정부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환영했다. 광범위한 영역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관할에 있는 동안 청소년 돌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 셧다운제를 골자로 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바라봤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를 차지한 현실이 부끄럽다”며 청소년들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위해서라도 셧다운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체들의 반발로 셧다운제의 적용대상을 19세 미만까지 확대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의원은 이대로 게임중독을 방치하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중독’과 ‘과몰입’으로 동일한 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사회에 통용되는 몰입은 집중력 같은 좋은 의미”라며, “게임산업에서는 ‘게임과몰입’이라 부르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중독’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고 서로 다른 인식의 차이를 설명했다. 게임중독은 이미 의학계에서도 증명됐으며,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단어라는 것이 이 의원의 생각이다.
이 의원은 셧다운제 도입에 실효성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야에 온라인 게임을 하려는 청소년을 둔 가정에서 이용지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소년과 학부모 모두에게 준법에 대한 명분을 줄 수 있습니다. 12시가 넘어 게임을 하면 너 자신과 부모들에게 법적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가정에서 지도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문제나 역차별 등 산업이 입을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어떤 법이든 순기능이 있고 역기능이 있다”는 말로, 제도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 의원이 추진 중인 게임사 부담금법도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합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 의원은 게임사에 매출의 100분의 1을 게임중독 예방 치료 기금으로 걷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상임위 심사 중이며, 오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 의원은 현재의 법안 그대로 통과는 안 될 것이며,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금의 주체나 관리는 독립 법인이나 외부 기관에 맡겨야 합니다. 게임산업이 자정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인다면 협의와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게임문화재단에 맡길 수도 있습니다.”
이 의원은 “정부 예산은 한정됐고, 게임사가 사회적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한다”고 당부했다. 그 동안 게임사가 산업의 부정적 효과를 외면해왔기 때문에 법적 규제가 도입됐다는 것이 이 의원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게임산업의 자정 노력이 있었다면 굳이 이런 법안이 필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지난 몇 년 간 소극적인 노력조차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게임산업은 9년 동안 10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을 가지고 사회인식이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1%의 이익이 국민에게 1000%·1만%로 돌아갈 것입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