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러다임의 미래
<김남규·주영준 지음. 지식 갤러리 펴냄>
‘기름값이 묘하다.’
연초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다. 정치적인 의도가 뭐든 결과가 어찌됐든 기름값이 출렁였다. 1리터에 2300원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정유가격인하 TF’를 꾸리면서 민심을 잡으려 애썼다. 결과는? ‘100원’이 인하됐다. 하지만 국민들이 피부에 와 닿는 수준은 아니었다.
기름값이 왜 이렇게 됐을까. 촉발된 건 리비아 폭동 때문이다. 리비아 정세가 불안해져 중동사회가 들썩였다. 유가가 단기 인상에 그칠 거라던 예상도 다 틀어졌다. 리비아는 세계 석유생산량에서 ‘고작’ 2%를 차지할 뿐이지만 파급력은 컸다. 대한민국, 더 나아가 전 세계의 현실이다.
기름값만 문제일까. 지구가 이상하다. 알래스카의 꽁꽁 언 빙하가 녹아 내려 식수가 없다. 태평양 제도 투발루 섬의 어부는 자기가 살던 섬이 파도 아래 잠기는 걸 본다. 중국의 황사 폭풍이 몽골의 유목민을 휩쓸고 간다.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지구 온난화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며 정치적 거래의 수단도 아니다.
경고는 끊이지 않는다. 석유생산 정점이 지나 곧 석유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이미 늦었으며 더 이상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각국이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불편한 진실’들이 속속 공개된다.
화석연료 고갈, 지구온난화.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위기’가 오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위기라는 단어에 내성이 생겼다. 오랜 시간 동안 남발한 경고가 인간을 무뎌지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이미 늦었다’는 무딘 말 대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론은 상당히 ‘정직’한 편이다. 중·고등학교 세계 지리 시간에 배웠음직한 내용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해 에너지에 대한 인식, 에너지를 사용하는 생활, 산업구조 등 사회의 가치와 구조가 변해야 인류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을 확대하자는 얘기다.
주목할 만한 것은 당연한 결론을 뻔하지 않게 풀어나갔다는 점이다.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기존 대체에너지 자원만 고집하지 않았다. 스마트그리드, 탄소제거기술, 수소연료 등 그야말로 ‘메가트랜드 신기술’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장점과 단점, 현황과 전망까지 모든 정보를 망라한다. 특히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은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 당장 쓸 수 있는 유용한 기술적 옵션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 책은 정부에서 발간하는 백서가 아니다. 학술적 이론을 주장하는 전문서적도 아니다. 다만 에너지가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만 생각하면 반드시 위기에 직면한다는 역사의 냉험한 교훈을 다시 한번 들춘 것이다. 저자들은 독자와 같은 입장에서 고민했고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즉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1만3000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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