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T&T가 3일(현지시간)부터 정액제와 초과과금제를 혼합한 형태의 ‘초고속인터넷 종량제’를 실시한다.
지난 3월 도입 의사를 밝힌 뒤 일었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종량제를 전격 실시한 AT&T의 결정은 ‘망중립성 이슈’로 고민하고 있는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T&T는 자사의 초고속 인터넷 상품인 유버스(U-Verse)와 DSL 두 종류에 대해서 정액제와 초과과금제를 혼용한 이 같은 요금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 이용자는 한 달에 150GB까지만 콘텐츠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이를 넘길 경우 50GB당 10달러의 추가 사용료를 내야 한다.
AT&T는 2008년부터 이 같은 요금제 도입을 검토해왔으며, 지난 3월 도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인터넷 이용량이 증가하면서 인터넷 혼잡 현상이 나타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인터넷 이용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반발이 매우 거셌다. AT&T 측은 2%의 이용자만 이 요금제에 영향을 받으며, 대다수 이용자들은 월 평균 18GB의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AT&T 외에도 컴캐스트와 타임워너가 유선 인터넷에서 유사한 요금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슈로 불거지고 있는 ‘망중립성’ 규제와 맞물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추진하는 인터넷 망 중립성(neutrality) 규제안을 두고 정치권·산업계·시민단체가 찬·반 격론을 벌이고 있다. FCC의 망 중립성 규제안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망 부하 등을 이유로 특정 소비자의 통신(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일정량을 배급·통제하려는 행위를 막는 것이 골자로, 인터넷 이용자가 대용량 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은 FCC의 이 같은 규제가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부하를 감안하지 못한 조치로, 설비 재산권을 침해하고 설비 투자 의지를 꺾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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