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휴대폰 소프트웨어(SW) 용역 개발을 해외로 돌리겠다는 것은 스마트폰에서도 ‘저가폰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애플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 같은 전략을 본격화함으로써 LG전자·팬택 등 국내 경쟁사도 해외 개발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토로라 등 해외 휴대폰업체는 이미 인도에 대규모 개발센터를 운영 중이다.
◇동반 성장보다 원가 절감=삼성전자 휴대폰 SW 용역개발 업체는 일반적인 솔루션 개발업체보다 열악한 상황이다. 플랫폼 최적화, 유저인터페이스 개발 등이 주로 포팅이나 코딩과 같은 다소 단순한 작업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삼성전자 구미공장 인근에 위치한 지방 업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용역개발 해외 비중이 늘어나면 문을 닫는 기업도 잇따를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결과가 예상됨에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원가 절감’과 ‘인력 확보’라는 두 가지 현안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애플과의 일전을 앞둔 삼성으로선 단가 절감 차원의 종합적인 전략 구사라는 속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연내 120달러대의 최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있다”고 원가 절감에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가격의 스마트폰을 만들려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SW에서도 강도 높은 원가절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보통신산업진흥회 조사에 따르면 초·중급 SW 개발자의 연봉은 우리나라가 3만5000달러인 데 비해 인도는 2만2000달러로 1만달러 이상 저렴하다.
현재 국내에 SW 개발 인력이 태부족한 반면에 인도·중국 등에 고급인력이 많아 해외 개발이 ‘SW 인력난’ 해소 대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탈 코리아 도미노’도 우려=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도 인도에서 SW를 용역 개발한 사례가 있다. 인도에 SW 개발센터도 운영하며 시범적으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나 아직 성과에 확신을 갖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원가 절감을 이슈로 해외 개발 비중을 늘려가면 이를 벤치마킹해 LG전자도 해외 개발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릴 공산이 커진다. 미국 모토로라는 1000명에 달하는 SW 개발센터를 인도에서 운영하는 등 해외 용역개발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회사 기밀 유출 등 보안 취약성이 여전한데다 해외 개발 단가도 크게 낮지 않아 전면적인 해외 아웃소싱에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국내 진출한 인도 SW 용역개발 업체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개발 아웃소싱을 위해 접촉 중이지만 개발단가에서 이견이 다소 큰 게 사실”이라며 “특히 삼성전자는 소스코드 유출 등을 우려해 인도 현지 생산보다는 국내에 들어와 개발해줄 것을 요구하는 일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체류비 등으로 노임단가는 더욱 늘어 삼성전자 요구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대·중소 동반성장을 거스르는 모양새에 대한 부담으로 해외 개발로 전환 프로젝트는 다소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지영·황태호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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