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통과로 게임 산업은 청소년 유해 산업이란 인식이 공식화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당혹해 하고 있다.
심야 시간에 게임을 하고 유료 결제까지 하는 청소년 게이머는 소수라는 점에서 게임 업계 매출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게임 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악화와 업계 종사자의 사기 저하가 더 걱정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규제로 국내 게임 산업의 해외 진출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우려도 높다. 국내에서 청소년 유해 미디어로 규제를 받는다면 해외에서도 인식이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 게임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고, 동남아시아서도 우리 게임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의 규제 정책을 이유로 자국에서 우리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걱정도 크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김민규 교수는 “태국 등에서 셧다운제를 실시한 것은 청소년 보호보단 자국 시장 보호 목적이 컸다”며 “국내 규제 강화는 해외에서의 한국 게임 규제로 이어지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심야 시간에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려면 게임 가입자 개개인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이 필수다. 이는 인터넷 서비스 사용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을 최소화해 개인 정보를 보호하려는 정부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
더구나 이렇게 한곳에 수집된 개인정보들이 악의적 해커들의 먹잇감이 되면 대규모 보안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보안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규모 게임사들도 대규모로 개인 정보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 위험은 더 커진다.
셧다운제를 위한 설비 및 보안 비용은 중소기업에 곧바로 전가될 전망이다. 한국입법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셧다운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비용은 업체당 최대 41억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확인을 위한 추가 서버 구입 및 관리에만 드는 비용이다. 인재 채용과 기술 개발 투자 축소 등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인증절차에 드는 비용을 내부에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피해액이 최대 매출액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사업자의 변명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속앓이’가 드러난 셈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규제는 일정 규모를 넘지 못하는 기업에게는 결국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된다”며 “적자를 낸 기업 중심으로 피해가 늘어나 중소기업 생태계 파괴가 본격화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게임, 소셜 게임 등 차세대 게임 발전도 뒤처지게 된다. 아이폰 등의 스마트폰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유망 분야로 떠오르고 있지만,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 환경 하에선 제대로 기회를 살릴 수 없다. 해외 개발사들에 국내 셧다운 규제를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럴 경우 구글·애플 등 글로벌 모바일 사업자들은 국내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오픈마켓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열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번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통과가 문화산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적절한 영향 평가 등도 없이 일방적이고 포괄적인 규제를 부과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한세희·김명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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