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이 국민만 옥죈다.
16세 이하 청소년들의 심야 시간 게임 이용 제한을 골자로 지난달 29일 통과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불러올 결과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이 법이 시행되는 오는 11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문제를 게임 접속 자체를 물리적으로 차단해 방지하고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규제 설계로 실질적 효과는 못 거두고 게임 이용자와 게임 산업계만 옥죌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민 자유 옭아매는 과잉 규제=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온라인 통행금지법’으로 국민 자유와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자녀 지도는 가정과 부모가 책임지는 사적 영역으로 국가가 함부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 민주사회 운영 원리라는 지적이다. 게임을 매개로 하는 개발사와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렇게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제도임에도 청소년에 대한 게임 영향 사전조사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셧다운제는 게임 이용자와 산업계 표현의 자유, 비즈니스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자율규제 정착을 기다리지 않고 일방적 규제를 강제하면 부작용만 생긴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최근 법학 전문가 20명을 대상을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95%가 셧다운제를 통한 게임 규제의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답했다.
◇실효성 없다=무리한 입법 과정을 정당화할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다. 특정 시간대에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는 실효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상당수 청소년들은 부모 명의의 계정으로 게임을 한다. 청소년들은 게임뿐 아니라 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도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부모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대부분 알고 있다.
한국입법학회가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4.4%가 ‘셧다운제가 시행되어도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으로 게임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태국에서도 지난 2006년 셧다운제를 실시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바 있다. 강력한 규제 정책을 실시하던 중국도 가정과 부모의 판단에 중심을 두는 자율규제에 힘을 싣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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