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럽 등은 물론이고 후발주자인 중국이 LED 양산을 크게 늘린다. 국내 LED 업계가 지난해부터 현실화된 LED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LED 업계가 기술력에서는 일본에 밀리고 규모는 중국에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26일 본지가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뱅크의 ‘2011년 LED 칩 업계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도입 계획’을 분석한 결과, 일본·미국·유럽·중국 업체들은 올해 LED 양산능력의 척도라 할 수 있는 MOCVD를 대거 설치하고 있다.
일본 LED 업계는 지난해에 비해 최소 21%에서 최고 61%까지 MOCVD 도입 대수를 늘린다.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은 MOCVD 설치 대수를 지난해보다 21%가량 늘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도요타고세이는 무려 61%를 늘려 MOCVD 설치 대수로 삼성LED를 제치고 세계 4위 등극을 노린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던 쇼와덴코도 설치 대수를 45%가량 늘려 삼성LED·LG이노텍 등 국내 ‘빅2’와 MOCVD 보유대수 격차를 10대 이내로 줄인다. 쇼와덴코는 내년 6인치 기반 LED 생산에 돌입한다.
미국·유럽 업체도 규모 경쟁에 가세했다. 미국 크리는 MOCVD 도입 대수를 37%가량 늘려 지난해 3위를 차지했던 LG이노텍 자리를 노리고 있다. 독일 오스람과 네덜란드 필립스도 올해 30%가량 설치 대수를 확대한다. 필립스루미레즈는 지난해 말부터 6인치 잉곳 양산에 착수했다.
선발업체의 이 같은 투자전략은 현재 주력 생산하는 고휘도(HB) LED칩에 이어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한 저휘도 등 중저가 시장 진출을 노리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2009년 말 MOCVD 장비 구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공격적인 산업육성책을 제시, LED 분야 전후방 산업을 키우고 있다. 에피 및 칩 업체만 최소 20개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사난(Sanan)은 현재까지 MOCVD 보유 장비를 30대 이상으로 늘렸다. LED패키지 전문기업은 중국 전역에 최소 3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휘도 LED 시장에서의 중국제품 ‘인해전술’이 예상된다.
이에 비해 지난해 MOCVD 설치 대수 면에서 3위를 차지했던 LG이노텍은 올해 6위권으로 순위가 낮아질 전망이다. 4위를 차지했던 삼성LED도 5위로 한 계단 낮아졌다.
배훈 디스플레이뱅크 연구원은 “한국 LED 업계의 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TV용 LED 수요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국내 LED 업계가 무리하게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술력을 보유한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인 중국에 끼여 샌드위치 현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LED업계 한 임원은 “아직 국내 상위기업인 3사 모두 고휘도 분야의 기술력은 니치아, 필립스 등 상위 업체에 비해 한참 못 미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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