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원자력인가] <7>결산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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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정책담당 부장

 장순흥 KAIST 교수

 장상구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이명철 한국동위원소협회 회장

 정인수 한국수력원자력 건설본부 본부장

 백원필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

 

 ◆사회자(김동석 전자신문 정책담당 부장)=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원자력 안전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일부 원자력에 대한 오해와 과민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가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슈는 원전의 안전문제다. 먼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얘기해보자.

 ◇장순흥(KAIST 교수)=원자력이 다른 에너지보다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론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수력, 원자력, 화력을 비교하면 수력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수치나 경험으로 볼 때 수력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관념적으로 불안하다. 실제 수치로는 안전한데 느낌으론 불안하다. 지금까지 경수로에서는 사상자가 한 명도 없다. 이처럼 객관적 수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안심이 잘 안 된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쓰나미로 인한 사상자가 5만명 정도가 되는데 이것은 관심에 대상이 안되고 아직 사상자가 한명도 없는 원자력이 이슈로 부상했다.

 ◇장상구(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지난 79년 미국 쓰리마일섬에서 사고가 있었다. 원자력이 잘못 운용하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쓰리마일섬 사고의 경우 가압경수로기 때문에 압력용기에 방사능을 다 가뒀고 유출이 극히 미미했다. 인명피해도 없었다.

 원자력 안전이라는 것은 다른 화력발전과 달리 노심의 완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조건은 까다롭고 잘 운용해야 한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잘 운용했다고 본다.

 후쿠시마 사고의 핵심은 과열된 노심을 냉각시키지 못한 것이다. 비상냉각수와 전원이 2중 3중으로 확보해 전기 단절이나 냉각수 부족에는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걱정되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안과 테러라는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이렇게 하면 원전에 대한 테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도 된다. 이 부분은 우려가 된다.

 ◆사회=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들은 불안하다. 특히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국내원전 정말로 안전하다고 보는가.

 ◇백원필(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국내원전의 위험요소가 전혀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다른 시설과 마찬가지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잘못이 있을 수 있고 운용하는 사람이 실수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경우에도 작업자와 인근 주민에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수준으로 설비와 절차를 갖춘 것으로 보면 된다. 기록을 보더라도 국내 원전은 외국에 비해 안전 면에서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사고들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자연재해 같은 것은 과거보다 상황이 나빠지는 느낌이다. 그동안 원전 설계나 개발은 발전 성능을 높이는 것에 대한 신경 썼으며 발전소 밖의 상황에는 신경 못 썼다. 밖으로부터 비롯된 일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장순흥 교수=후쿠시마 인근지역에 13개 발전소 있었는데 제1발전소에만 문제가 있었다. 전기공급에 중요한 것이 비상발전기인데 이것이 터빈빌딩보다 밑에 있었다. 그러다보니 쓰나미에 당했다. 설계를 잘못했다면 이것이다. 이를 교훈삼아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리원전에 대한 모든 것은 기준이 있다. 국제적 국내 기준에 맞춰 평가를 한 것이다. 사람들한테 불안감을 준 부분은 있지만 이것도 뚜렷한 기준, 과학적으로 기준에 맞는지 점검을 하자.

 ◆사회=방사능 얘기를 해보자. 여전히 비만 오면 방사능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사능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명철(한국동위원소협회 회장)=국내 방사능 수치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논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방사능=인체에 해롭다’하는 관념이 지배하고 있다. ‘방사능비’라는 말을 쓰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다고 본다. ‘방사능이 극미량 포함된 비’로 하자. 잘 못 보도가 되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매일 방사능 수치를 체크하고 있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면 서울이 방사성 요오드가 리터당 2.4베크렐, 춘전 0.3베크렐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마시는 음용수 제한기준이 리터당 100베크렐이다. 지금 보도된 수치라면 그 물을 일년 동안 먹어도 1000분의 1정도 수준이다. 식품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오는 것은 전수조사를 하고 있고 식품 속 계측치도 미미하다.

 ◇백원필 본부장=약수터에서 물을 마시는데 대전에서 우라늄 검출량이 양이 많다고 해서 문을 닫은 경우도 있다. 낮은 양은 계속 약수를 그대로 마신다. 어떤 물이든지 방사성 물질이 있다. 이번에 측정한 것은 요오드와 세슘 등 특이한 원소가 아주 극미량이 발견됐다는 것 뿐이다.

 ◆사회=유아나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은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이명철 회장=유아나 어린이는 방사선 예민도가 3배에서 8배 정도 된다. 하지만 산모가 100미리시버트 이하이면 전혀 기형아나 유전적 영향을 미친 적이 없다. 현재 방사능 측정량의 대략 곱하기 10을 한다고 해도 의미 있는 수치가 아니다.

 최근 약국에서 요오드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는데 방사선이 인체에 들어오면 갑상선에 모인다. 대량 100밀리 시버트 이상을 받는 대량 급성 피폭 시 미리 요오드를 먹으면 방사선이 못 들어온다. 이것은 대량 방사선 피폭이 됐을 때 한해서의 얘기다.

 이미 서울에 사는 시민은 연간 3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받는다. 일반인이 인공 방사능에 노출 허용용량이 1밀리시버트다. 허용량에 비해 세배를 받고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일본에서 오는 것은 1년 1밀리시버트의 1만분의 1수준이다.

 ◇장상구 원장=태양에서 핵융합 반응을 하면 대기에 방사선을 방출하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받는다. 평소에도 우리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방사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평상시 우리 몸은 그런 것을 다 이겨낸다. 우리 신체가 오랜 시간 적응해 오고 있는 것이다. 미량의 방사선은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사회=방사능비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원전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사회·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서다. 원전의 경제성에 대해 얘기해보자.

 ◇정인수(한국수력원자력 건설본부 본부장)=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가 부족한 국가에 원전은 큰 장점을 안겨다 준다. 우선 친환경성이다. 온실 배출가스의 경우 작년 기준으로 원자력을 안했을 경우에 비교해 20%이상을 감축했다. 또 아주 경제적이다.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수출인데 중심에 원자력이 싼 원가로 전력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전력사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전력 예비요율이 적어 비상이 걸린 것을 다 기억할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 원자력 밖에 대안 없는 것 아닌가. 만약 원자력 안하면 석유, 가스, 석탄 등으로 대체해야 하는 데 원자력이 생산하는 전력을 석유로 대체하면 연간 20조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여기에 세계 추세가 온실가스 배출을 의무적으로 줄이는 추세에 따라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원전을 가동함으로써 얻는 비용으로 환산해보니 효과가 1조원 이상이다.

 ◆사회=당장은 원자력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력을 대신해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순흥 교수=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물론 찬성이다. 하지만 현황을 들여다보면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 신재생에너지가 공급하는 전기가 전체의 1%다. 그리고 신재생이라고 하지만 이 가운데 90%가 폐기물 소각이다. 결국 흔히 말하는 풍력, 태양광은 전체 전력의 0.1% 공급에 불과하다. 가격도 아직은 비싸다.

 오히려 신재생에너지가 자리 잡을 때 까지 원자력이 이를 대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신재생에너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백원필 본부장=신재생에너지를 늘린다고 해서 원자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 신재생에너지도 적극 개발 해야겠지만 여전히 클린에너지를 쓰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계속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2100년까지 계속 늘린다고 해도 필요량을 다 채울 수는 없다.

 우리나라 전기수요량이 그 전의 계획 세울 때인 2015년 수요가 작년에 왔다. 원자력이든 신재생이든 최대한 늘려야 할 시점이다. 신재생도 중요하지만 원자력이 필수다. 지금은 석탄이나 석유가 원자력에 비해 킬로와트당 생산단가가 20원 정도 비싸다. 조금만 더 원자력에 투자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사회=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 우리가 배운 점도 많을 것이다.

 ◇정인수 본부장=후쿠시마 원저사고의 원인은 침수 전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전원이 나가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여기에 더해 비상전원 이동 자동차를 보유해서 문제 발생하면 이동 발전기를 활용하는 방안, 침수가 안 되도록 방수를 철저히 하는 등 태풍이나 지진해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이명철 회장=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이 있다. 원자력이 정말 지속가능한 필수적인 에너지로 거듭나려면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원자력의 안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얘기해도 안 믿는다. 방사선에 대한 제대로 된 국민이해가 필요하다.

 실례로 국내 방사선 피폭에 대해 20년 간 역학조사를 했는데 1년 동안 받는 주민들 선량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한국이 유일하게 20년간 방사선 피폭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있다.

 ◇장순흥 교수=국가 간 민간협의회가 중요하다. 공식적으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정부기관은 각종 절차 거쳐야 한다. 일본 현지 전문가들 만나면서 이메일이나 전화로 평상시에 정보 주고받을 수 있는 민간 전문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일본에 전문가 5명 정도 네트워크 갖춰놓으면 된다. 중국도 갖추려고 한다.

 ◇장상구 원장=앞으로 미래원전이나 차세대원자로, 4세대원자로 등의 연구를 하고 있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로 모든 원자력이 국민들에게 잘 못 인식이 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원자력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원자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고준위 폐기물 문제를 얘기하면 반감기가 만년 이상 되는 고준위폐기물 신형 원자로에서 에너지원으로 다시 쓰면 획기적으로 고준위폐기물 처리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장순흥 교수=일본 사태와 관련한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은 고유 안정성 즉, 전기가 나가더라도 냉각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사용핵연료 때문이다. 원자로에도 있었지만 밖에도 많았다. 사용핵연료를 줄여야 한다. 거기에 둔 것은 잘못 한 것이다. 사용 후 핵연료를 줄일 수 있는 미래 원전을 해야 한다. 파이로 프로세싱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