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M특집] 자동차 · 중공업계 PLM 구축 동향 - 연구소에서 공급망, ERP로 `R&D 정보의 전사 흐름` 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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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와 중공업, 조선철강 업종에서 제품 개발의 공통된 특징은 신제품 개발에 걸리는 평균 시간이 3년 내외로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전기·전자와 식품, 생활소비재 산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장기간에 걸친 신제품 개발 과정으로 설계 도면 및 부품 정보 관리는 쉽지 않은 일이고 이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통합 관리함으로써 설계자들 간 협업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이 과제였다. 올해 초 제품수명주기관리(PLM) 프로젝트에 착수한 현대자동차, 그리고 지난해 9월 1단계 프로젝트를 완료한 현대중공업이 우선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도 바로 개발 정보의 관리, 수많은 부품의 자재명세서(BOM) 관리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시장 선두에 서 있는 기업들의 R&D 프로세스와 시스템 구현 작업은 올해 들어 속도를 더하고 있다.

 ◇현대차·현대중공업 R&D 혁신, ‘기본부터’=국내 1위의 자동차 업체로서 현대차의 PLM 프로젝트는 수 백억 규모로 PLM 솔루션 선정 당시부터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아왔다.

 현대차는 상반기 내로 PTC 윈칠에 기반해 다양한 도면 정보 관리를 효율화 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신제품 하나 개발하는 과정에서 2만여개의 부품이 적용되기 때문에 관리 대상 도면 분량도 대단히 방대하다.

 현대차는 올 연말까지 1단계를 통해 크게 △캐드(CAD) 관리 △엔지니어링 변화 관리 △자재명세서 관리 △디지털목업(DMU) 4가지 영역에 대한 개선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4월 말 현재 시스템 설계가 막바지에 다다랐으며 하반기 시스템 구축 작업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재무 정보와 공급망관리(SCM) 물류 정보 등 다른 핵심 업무 시스템들과 정보가 연동되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우선 자동차 개발의 근간이 되는 설계 부문부터 바꿔나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또 차체와 부품 설계 부문에서는 PLM 솔루션 제공업체가 아닌 다른 회사의 캐드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종 포맷의 데이터들을 전사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조선 부문 1위 기업으로서 국내 최초로 ‘조선용 PLM’ 구축에 나선 현대중공업도 1단계 개발을 통해 설계 부문의 데이터 관리에 주력했다. 김승석 현대중공업 부장은 “단일 솔루션 기반으로 통합 데이터 관리 환경을 갖춘 후에 PLM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 구매 정보와의 원활한 연계를 꾀하면서 ‘R&D 정보의 전사 흐름’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승석 부장에 따르면 전체 선박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정보를 원활하게 잘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ERP 시스템과 정보 연동을 마쳤으며 2단계 작업을 통해 다양한 부문과의 정보 흐름을 개선하고 있다. 실제 작업 환경과 똑같이 구현한 가상의 디지털 공장(DMU)에서도 설계 데이터를 받아 가상으로 선박 모듈을 조립하고 생산할 수 있다.

 PLM 업계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현대중공업과 현대차가 PLM 프로젝트에 잇따라 나서면서 관련 업계는 물론 1, 2차 협력사들로도 PLM 프로젝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모비스, 만도 등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 업체, 건화 등 건설 기계 부품업체들도 최근 1~2년간 통합 데이터 관리와 개발 프로젝트 관리 등 PLM 역량 개선 작업을 추진했다.

 현대모비스는 2009년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 프로젝트를 통해 모비스제품개발프로세스(MPDS)를 분석하고 프로젝트별로 관련 부문이 제품개발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만도도 지난해 PMS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올해 2단계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장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신규 PLM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전사 경영혁신 프로젝트로서 추진하고 있는 ‘포스피아3.0 메가Y’ 프로젝트에 PLM 프로세스 개선을 접목하기 위한 검토를 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지금 ‘R&D 혁신’ 열풍=자동차 업계의 설계 프로그램 통합 및 개선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공통 화두다.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지난해 지멘스의 PLM 솔루션을 잇따라 도입하면서 전사 시스템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며, GM도 지멘스 PLM 솔루션을 기반으로 캐드 프로그램을 단일화했다.

 반영무 한국GM 상무는 “약 2만개의 부품이 사용되는 자동차 설계를 위해 많은 조직이 쉽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 많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경우 가능하면 단일 솔루션으로 설계 시스템을 사용하려고 하지만 한 솔루션으로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회사가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정책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차체와 파워트레인 설계에 각각 다른 캐드 솔루션을 쓰고 있지만 GM의 경우 단일 솔루션을 기반으로 통합했다.

 한 PLM 업계 관계자는 “GM은 표준 프로세스 정립에 많은 투자를 해오면서 일관된 프로세스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이고 현대차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역동성을 장점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라며 “이러한 기업문화가 PLM 구현에도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GM은 상반기 내 글로벌 PLM 시스템 업데이트를 실시할 계획이며 이에 앞서 이달 전 세계 사용자 교육에 한창이다. ‘웨이브 0-1-2’로 불리는 GM의 글로벌 PLM 업그레이드 작업은 총 3단계로 추진된다.

 GM의 웨이브 0-1-2는 4~6개월간의 개발 작업을 마친 후 사용자 테스트와 엔지니어링 검수를 마치고 전세계 GM 법인과 연구소, 모든 협력업체들의 PLM 버전을 3주에 걸쳐 동시에 교체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GM 글로벌 커맨드 센터의 지휘 하에 전세계 법인과 협력업체가 정해진 순서와 시간에 맞춰 GM 설계 시스템이 순차적으로 일거에 업그레이드될 계획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