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 업계 ‘빅2’ 삼성SDI·LG화학이 2차전지 핵심소재 부문에서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국내 소재의 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대지진 등 지질학적 리스크가 새롭게 부각되며 이 같은 경향이 보다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기차 등 중대형 2차전지에 활용하는 고부가가치 소재는 여전히 수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대표 박상진), LG화학(대표 김반석)은 올해 양극활 물질, 음극활 물질, 양극기재, 음극기재, 분리막, 전해액의 6대 원재료의 국산화 비중을 대폭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양사 소재 수급전략의 무게중심이 일본, 유럽 등 소재 분야 선발주자에서 한국, 중국 등 후발주자로 다변화된다는 의미다.
LG화학은 올해 2차전지 소재 국산화율을 소형·중대형 통틀어 6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부터 2차전지 소재 중 가격 비중이 가장 높은 양극활 물질의 국산화율을 70%대로 대폭 높일 것으로 전해졌다. 전구체도 국산화 비중을 50% 선으로 끌어올린다.
삼성SDI는 올해 전체 2차전지 생산 비용 중 일본 소재의 비중을 2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소재 비중은 기업 비밀에 속하는 사안으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일본 의존도가 낮아지는 대신 국산화 비중을 높이고 중국 공장은 현지에서 소재를 조달하는 기조로 가는 것은 맞다”고 했다. 이는 양사가 규모와 기술력을 갖춘 국내 전문업체들과 협력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극활 물질은 과거 벨기에 유미코아의 독무대였지만, 최근 토종기업인 에코프로 등 국내기업이 설비를 증설하며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양극기재는 삼아알미늄과 롯데알미늄이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음극기재는 일진머티리얼즈가 세계 시장 1위를 달성했다.
SK이노베이션도 분리막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일본 토넨의 아성을 뚫고 생산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전해액 분야에서 일본 쿠레하와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중대형 2차전지용 소재와 음극소재는 여전히 일본의 벽이 견고하다. 실제로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리튬 2차전지 소형 부문에서 국산화 비중은 52.1%였으나 중대형 부문은 22.8%에 불과했다. 소형 2차전지용 음극재는 히타치의 독무대다. 음극재 국산 비중은 0.1%로 극히 미미하다.
LG화학 관계자는 “국산 비중이 높아졌음에도 일본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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