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 R 터보 GDI "야성은 충만한데, 고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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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뉴욕모터쇼에 쏘나타 터보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흥분과 반가움을 기억한다. 2리터의 배기량으로 무려 274마력을 뿜어내는 엔진은 최신 엔진 기술의 결정체라 할 만한데, 그런 엔진을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했다는 것은 대단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매력적인 엔진이 미국 시장에만 선보이고 국내에는 언제 출시될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듯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기아 스포티지 R 터보 GDI 출시 소식이 터져 나왔다. 이제 스포티지 R 터보 GDI를 통해서 이 엔진의 성격과 성능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스포티지 R 터보 GDI를 만났지만, 첫눈에 기존의 스포티지 R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찾기는 쉽지 않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테두리를 블랙 하이그로시와 크로뮴의 투 톤으로 둘렀고, 그 속의 매시도 기존 모델과는 차이가 난다. 그 외에도 무광 알루미늄 트림으로 장식했던 부분들은 모두 크로뮴으로 바뀌었다. 옆모습에서는 같은 18인치에 디자인도 비슷하지만, 센터 부분을 검정으로 처리해 강인한 인상이 더해진 휠이 시선을 끈다. 뒷모습에서는 범퍼 아래 트윈 머플러가 존재감을 확실하게 부각시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엉덩이 오른쪽에 빨간색으로 액센트를 준 T-GDI 엠블럼을 붙였다. 실내는 기어 레버 부분의 크로뮴 링 안쪽 부분까지도 알루미늄 트림으로 마감한 부분이 차이가 나고, 그 외는 별 차이가 없다.

 골목을 빠져 나오는 동안, 디젤 SUV와는 차원이 다른 조용함이 먼저 다가온다. 액셀러레이터를 누르는 힘을 조금 더하자 매끄럽게 상승하는 토크감이 첫인사를 한다. 첫인상이 좋다. T-GDI 엔진은 직분사 방식에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를 더해 2리터의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261마력과 최대토크 37.2㎏·m의 성능을 발휘한다. 쏘나타 터보에 적용된 274마력에 비해서는 조금 낮아졌다. 시속 100㎞ 가속은 7.1초, 최고속도는 210㎞다.

 정지 상태에서 강하게 가속하면 약간의 휠 스핀과 함께 출발한 후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핫해치의 대명사 골프 GTI와 비교하면 체감 가속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어떤 속도 영역에서도, 심지어 150~160㎞의 고속에서도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힘 있게 재가속이 될 정도로 터보 엔진의 파워는 훌륭하다.

 반면에 6단 자동변속기의 매끄러운 변속은 이제 나무랄 데가 없지만, 직결감을 좀 더 높이고, 스포츠 주행에 어울리는 회전수 매칭 기능을 더하고, 거기다 레버 조작감을 조금 더 절도 있게 다듬을 필요가 있겠다.

 서스펜션도 원래 스포티지가 탄탄했던 편이라 고성능 엔진과 어울려 그 진가가 잘 발휘되지만, 탄탄한 서스펜션에도 불구하고 고속에서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스티어링이 고속에서 무거워지면서 정교하게 조향이 돼야 하는데, 여전히 가볍고 유격이 있어 중심을 잘 못 잡아 생기는 불안감이다.

 스포티지 R 터보 GDI를 통해 터보 2.0 GDI 엔진 자체의 가능성은 이제 확실히 검증됐다고 봐야 하겠다. 하지만 야성은 탁월한데 그 야성을 길들여줄 고삐가 여전히 헐거워 보인다. 넘치는 야성을 어떻게 바퀴 위에 고스란히, 그리고 노면에 안정적으로 전달할지에 대한 엔지니어링적인 시도와 평가, 그리고 탁월한 성과가 필요한 때가 됐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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